재규어 XJ에 들어간 메리디안 오디오로 커린 베일리 레이의 첫 번째 정규앨범 <Corinne Bailey Rae>를 듣는데 정말 황홀했다. 사실 이 앨범은 오디오의 성능이 크게 두드러질 앨범이 아닌데도 좋았다. 그때 그 봄날의 기억이 오랜만에 다시 떠올랐다. 재규어 XE의 메리디안을 끄집어낸 건 그래서다.

봄 향기 폴폴 풍기는 따뜻한 날, 메리디안으로 들은 첫 번째 앨범은 바우터 하멜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Amaury>다. 식목일에 발매된, 따끈따끈한 앨범이다. 하멜은 이 앨범을 본국인 네덜란드보다 한국과 일본에서 먼저 발매했다. 한국에서의 인기가 더 높기 때문일 거다. 스스로도 자주 방문하고. 심지어 연관검색어도 ‘서울재즈페스티벌’이나 다른 음악 페스티벌이 뜬다. 공연하러 1년에 2~3번씩 한국에 오는 경우도 있는 그다.
<Amaury>는 커버부터 봄 분위기가 물씬했다. 첫 번째 곡 ‘Stray Cat’도 그랬다. 복고 느낌이 살짝 나는 전형적인 퓨전재즈곡이지만 상쾌한 키보드 소리가 곡을 이끌어 꼭 봄노래 같다. 물론 후렴구에서 강하게 터져 나오는 전자기타와 베이스의 하모니도 인상적이다. 하멜의 미성은 언제 들어도 봄이다. 목소리 자체가 좋고 안정적이다.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게 불러 더 좋다. 이어지는 ‘Hey Now’와 ‘Incurable’, ‘Soul Sold’도 봄길을 달리며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차를 멈추니 앨범 이름과 같은 제목의 ‘Amaury’가 흘러나왔다. 맑은 피아노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멜로디를 따라 차분하게 흘러나왔다. 하멜의 보컬도 함께 차분해졌다. 메리디안 오디오를 통해 들리는 둘의 조화가 좋았다. 피아노와 보컬의 예민한 감정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귓속에 호호 불어넣는 느낌이다. 맞다. 커린 베일리 레이의 음악을 들을 때도 그랬다. ‘Like A Star’를 듣는데 그녀와 기타의 묘한 심경이 내게도 그대로 내려앉았다. 마음에 쓸쓸함과 자책과 미안함, 사랑과 후회와 깨달음이 뽀얗게 쌓였다.

이렇게 음악이 전하는 감성에 젖었던 데에는 메리디안의 공이 컸다. 블루투스로 전달되는 스트리밍이든 CD든, 디지털 사운드 재생은 아무리 들어도 메리디안만 한 게 없다. 이건 단순히 있는 그대로 들려주거나 깨끗하거나 한 게 아니다. 디지털 사운드를 아날로그 사운드처럼 들려준다. 그래서 메리디안의 소리는 더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들린다. 실제 메리디안은 디지털 사운드를 오래 연구했고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다. 디지털 사운드 재생에 있어 원천 기술도 가지고 있고 표준 포맷도 있다. 이런 기술력으로 디지털 사운드를 아날로그로 다루니 메리디안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메리디안으로 일렉트로니카를 들으면 어떨까? 그래서 일본의 여가수 시오노야 사야카의 <Mist-ic>을 들었다. 이 앨범은 사실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앨범은 아니다. 그녀가 그런 장르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봄과 잘 어울리는 발랄한 팝 앨범인데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요소가 다양하게 들어갔다. 첫 번째 곡인 ‘Believing’부터 그렇다. 예전에 시부야계라 불리던 일본의 일렉트로니카 밴드 프리템포나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의 느낌이 난다. 사운드 위를 타고 흐르는 그녀의 맑고 상쾌한 목소리는 기분까지 밝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녀의 목소리에 색깔이 있다면 아마 투명일 거다. 톤만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장르와도 잘 섞인다. 앨범 후반에 있는 느린 템포의 서정적인 곡에도 잘 스며든다. 기대보다 보컬 실력이 뛰어나다. 하멜도 그렇고 시오노야 사야카도 그렇고 기교 없이 많은 걸 들려준다.

니아는 기교 없이 많은 걸 보여주는 가수다. 들려주는 게 아니라 보여준다고 표현한 건 사운드가 가슴속에서 이미지화되기 때문이다. 트립합(Trip-hop)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드라지는 건 그녀의 보컬이다. 톤과 완급을 조절하며 소리로 그림을 그린다. 처음 들었을 때는 포티셰드나 에브리싱 벗 더 걸의 느낌과 비슷하단 생각도 했지만 들을수록 아니다. 니아는 니아다. 그녀는 모노톤으로 온갖 색상을 흩뿌린 회화보다 심오하고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가능하면 정규앨범만 소개하는 지면에 굳이 ‘Hurt You First’ 한 곡만 들어간 싱글앨범을 끼워 넣은 건 그래서다.  글_고정식(<카미디어> 기자) 

메리디안 825W 사운드 시스템은 17개의 스피커가 실내 곳곳에 위치한다. 음을 과장하지 않아 극적인 느낌은 적지만 오히려 하이엔드 오디오 느낌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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