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을 그대 품 안에
애스턴마틴 라피드 S 2015년 애스턴마틴 밀라노 딜러에서 트렁크에 큼직한 가죽 가방을 실은 라피드 S를 공개했다. 갈색 가죽 가방에는 돔 페리뇽(Dom Perignon)이란 글자가 써 있었다. 가장 싼 것도 한 병에 20만원이 훌쩍 넘는 그 샴페인 브랜드 돔 페리뇽이 맞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가방이 아니라 돔 페리뇽과 손잡고 만든 와인 셀러다. 가죽 손잡이를 잡고 덮개를 아래로 내리면 크리스털로 만든 와인 잔과 1998년산 돔 페리뇽 세 병 그리고 와인 오프너가 나타난다. 라피드 S 트렁크에 꼭 맞게 제작된 이 와인 셀러는 차에 붙어 있는 게 아니어서 필요할 땐 꺼낼 수 있다. 특별한 와인 셀러를 선보인 애스턴마틴은 이탈리아의 고급 리조트와 레스토랑을 순회하며 트렁크를 자랑했다. 이후 이 와인 셀러를 ‘두지엠 플레니튜드 스페셜 키트’란 이름의 옵션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값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소풍 어때요?
벤틀리 벤테이가 벤틀리는 샴페인 잔뿐 아니라 작은 주방을 벤테이가 트렁크에 넣었다. 영국의 가구 회사 린리와 손잡고 린리 햄퍼 바이 뮬리너(Linley Hamper by Mulliner)란 이름의 피크닉 수납함을 제작한 거다. 벤테이가 트렁크에 꼭 맞는 세 개의 수납함에는 와인 잔과 와인 쿨러는 물론 반짝반짝 빛나는 커틀러리와 매끈한 접시, 커피 잔 등이 있어 간단한 요리를 하거나, 사온 요리를 근사하게 세팅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유기농 레스토랑 데일스포드 오가닉(Daylesford Organic)의 수석 셰프 가벤 풀러는 이 햄퍼 세트가 실린 벤테이가를 타고 데일스포드 농장으로 가서 갓 딴 채소로 요리를 만들었다. 피크닉 테이블을 펴고 그 위에 요리를 펼쳐놓으니 만찬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이런 테이블에서 소풍을 즐기면 얼마나 행복할까? 참, 이 특별한 피크닉 수납함의 값은 5만 달러(약 5700만원)가 넘는다. 음, 그냥 비싼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낫겠다고?

 

와인 한잔 하실래요?
롤스로이스 제니스 컬렉션 지난해 5월 롤스로이스는 전 세계에 팬텀 드롭헤드 쿠페와 팬텀 쿠페의 은퇴를 고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두 모델의 비스포크 버전을 딱 50대만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제니스 컬렉션이다. 이 특별한 롤스로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트렁크에 샴페인 잔과 냉장고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트렁크를 열고 바닥에 있는 테이블을 당겨 올리면 근사한 미니바가 완성된다. 트렁크 바닥에는 샴페인 잔과 코르크스크루 등이 들어 있는 수납함도 있다. 롤스로이스는 이 특별한 모델을 2016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에 전시했다. 트렁크를 열어 샴페인 테이블을 자랑한 건 물론이다. 차고에 롤스로이스 몇 대쯤 갖고 있는 돈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롤스로이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롤스로이스는 50대의 제니스 컬렉션이 모조리 팔렸다고 밝혔다. 경치 좋은 곳이 나타나면 차를 옆에 세우고 샴페인 한잔 마시는 게 부자들이 드라이빙을 즐기는 방법일까? 어차피 운전은 기사가 할 테니까. 롤스로이스는 제니스 컬렉션을 공개하기 전 이 모델을 사면 특별한 옵션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예고했다. 그 옵션은 바로 롤스로이스 디자인 팀이 만든 피크닉 햄퍼다. 단단한 금고처럼 보이지만 속에는 금괴가 아닌 식기 세트가 들어 있다. 칼과 도마를 비롯해 접시, 샴페인 잔, 알루미늄으로 만든 네모난 통이 칸칸이 들어찼다. 샴페인을 시원하게 마실 수 있도록 작은 냉장고도 있다. 호두나무와 가죽을 둘러 한눈에도 몹시 고급스러운 이 햄퍼는 컬러도 자동차 컬러와 똑같다. 특별판이란 뜻으로 차에 붙인 1~50까지 숫자가 햄퍼에도 붙어 있다.

 

트렁크를 함부로 열지 마세요
랜드로버 홀랜드앤홀랜드 레인지로버 길에서 초록색 레인지로버를 만난다면 함부로 트렁크를 열지 말도록. 홀랜드앤홀랜드(Holland & Holland)는 영국의 총기 제조사다. 역사가 180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장인이 직접 손으로 엽총이나 소총을 만든다. 랜드로버는 바로 이 회사와 손잡고 새로운 레인지로버를 선보였다. 홀랜드앤홀랜드 레인지로버라고 이름 붙은 이 모델은 랜드로버 SVO 부서에서 제작하는데 초록색으로 보디와 사이드미러를 칠했다. 도어핸들에는 홀랜드앤홀랜드를 상징하는 독특한 무늬도 새겨 넣었다. 그리고 트렁크에 두툼한 가죽 가방을 실었다. 가방 안에는 홀랜드앤홀랜드의 총이 두 자루 들어 있다. 이 총은 절대로 사람을 쏘라는 총이 아니다. 사냥을 위한 총이다. 그러니까 취미로 사냥을 즐기는 부자들을 위해 이런 차를 만든 거다. 가방 아래에는 슬라이딩 선반이 있어 총을 올려두거나 도시락 등을 둘 수 있다. 이 특별한 레인지로버의 값은 18만 파운드(약 2억6000만원)부터다.

 

에르메스가 트렁크에?
부가티 베이론 포브르 파 에르메스 엔진을 뒤에 얹는 부가티 베이론은 트렁크가 앞쪽에 있다. 보닛을 열면 납작한 트렁크 공간이 나타난다. 2008년 부가티는 에르메스와 손잡고 ‘베이론 포브르 파 에르메스(Veyron Fbg par Hermes)’를 선보였다. 최고출력 1001마력,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이 2.5초에 불과한 이 녀석은 스티어링휠과 도어 안쪽, 시트를 온통 에르메스에서 공수해온 송아지 가죽으로 뒤덮었다. 도어 손잡이는 에르메스 여행 가방에 달리는 가죽 손잡이를 달았다. 곳곳에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로고도 박았다. 그리고 트렁크에는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넣었다. 바로 에르메스 가방이다. 캔버스를 앞뒤에 대고 옆면에 가죽을 둘러 고급스러운 매력을 은근히 뽐내는 이 가방은 두께가 한 뼘 남짓이라 여행 갈 때 필요한 소소한 물건을 넣기에 좋다. 부가티는 2009년 에르메스와 다시 한 번 손잡고 갈리비에라는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트렁크에는 여행 가방과 더플백으로 이뤄진 한층 고급스러운 에르메스 가방 세트를 실었다. 요즘 이 갈리비에가 양산될 거란 소문이 돌고 있다. 혹시 에르메스 가방 세트도 트렁크에 넣어주는 건가요?   

 

아주 특별한 옷장
링컨 내비게이터 콘셉트 낮에는 얌전한 회사원이지만 밤이면 화끈한 클러버로 변신하는, 그래서 매일 옷을 싸들고 다니는 당신이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다. 내 차 트렁크에 옷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링컨이 2016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한 내비게이터 콘셉트에는 트렁크에 정말로 옷장이 있다. 옷만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선글라스와 시계, 신발, 우산, 지갑도 깔끔하게 넣을 수 있다. 캐주얼한 차림으로 출근했는데 갑자기 저녁에 중요한 행사에 가야 한다면 트렁크 옷장에 넣어둔 슈트로 갈아입으면 된다. 트렁크 양쪽에 있는 수납함은 소소한 물건을 넣기에도 좋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차는 콘셉트카다. 이 모습 그대로 양산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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