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그랜저(IG)가 출시됐다. 초기 반응은 역시 대히트다. 사전 예약 첫날에만 1만6000명의 손님이 몰렸고 50일 만에 5만2000대의 계약이 이뤄졌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만 1만7000대 이상 출고됐는데 이는 현대차가 그달 출고한 전체 세단 중 무려 4분의 1에 해당한다. 신형 그랜저의 대성공은 누구나 예상했던 결과다. 구형은 모델 수명 마지막 해인데도 최신형 K7과 준대형 시장 1위를 다툴 정도로 여전한 경쟁력을 보인 차였다. 이런 모델의 신형이라면 대성공에 의심을 가지는 게 더 이상하다. 실제로도 무섭게 팔려나갔고. 하지만 이 시점에 그랜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건 ‘변화’에 대한 고민이다. 그랜저 IG는 이전 HG와 판이하고, 시장도 HG 시절과는 크게 다르며, 앞으로 그랜저라는 차가 담당해야 할 역할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묻고 시작한다. 출발이 좋은 그랜저 IG는 정말 잘 가고 있는 걸까? 

 

그랜저는 YF 쏘나타(왼쪽)와 함께 젊은 층까지 아우르는 대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립하면서 현대차의 기함 역할까지 책임져야할 상황이다. 지금 그랜저에겐 젊음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변신의 귀재
1980년대 중반까지 현대차는 무럭무럭 성장했다. 한국 최초의 독자 모델(포니)과 최초의 앞바퀴굴림 모델(엑셀) 등을 내놓았다는 자부심도 컸다. 하지만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 고급차였다. 영국 포드와 라이선스 생산했던 포드 20M이나 그라나다는 너무 높은 곳에 있어 고급차 시장의 주력 모델로 보기 어려웠다. 실제로 TV에 고위 관료나 기업인들이 모이는 장면엔 어김없이 새한자동차(이후 대우자동차)의 로얄살롱이 있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기회가 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차량 공급자로 지정된 것이다. 당장 의전용 고급 세단이 필요했던 현대차는 지난 1986년 기술 제휴선이던 미쓰비시로부터 고급 세단 데보네어를 받아 그랜저로 이름 바꿔 내놓았다. 그랜저는 탈 만한 대형세단이었다. 올림픽 공식 지정 리무진이기도 했다. 고객들도 1970년대 레코드부터 1980년대 로얄살롱까지 10여 년 이어져온 독주에 질려 있었다. 그랜저는 훌륭한 대안이 됐고 금세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마침내 현대차도 풀 라인업을 갖춘 자타공인 국내 최고·최대의 자동차 기업이 됐다. 그랜저의 등장은 현대차와 한국 고급차 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후 그랜저는 쉼 없이 변신했다. 1세대는 ‘각 그랜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의 각진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로는 긴 4.9미터에 가까운 차체는 일본 중형차로 분류되기 위해 휠베이스를 2750밀리미터로 제한해 비율이 어색했다. 하지만 한국 최초의 앞바퀴굴림 대형세단이라는 점과 넓은 실내 덕분에 인기가 좋았다. 2.4리터와 3.0리터 엔진으로 한국 승용차가 배기량 2리터 벽을 넘는 데 기여한 모델이기도 했다. 1세대 그랜저는 한국 대형세단 시장의 본격적인 출발점이었다. 그랜저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모델은 1992년 출시된 2세대 뉴 그랜저였다. 1세대에 비해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 곡선과 아늑한 실내 디자인으로 대우 슈퍼살롱 및 임페리얼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차체 크기도 5미터에 육박하는 등 절대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대형차 시장에서 그랜저의 독주는 이때부터라 해도 좋다. 뉴 그랜저 판매의 다수는 2.0 모델 고급 트림(2.0 이그제큐티브)이었지만 길거리엔 V6 3000 엠블럼을 단 차가 대부분이었다. 뉴 그랜저 ‘배기량 엠블럼 튜닝’ 열풍은 더 고급스러운 차를 타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었다. 고급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또 뉴 그랜저는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게 당연했던 고급 대형차 시장에 오너드라이버 비중을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공교롭게도 이 때문에 새로운 변형 모델이 최상위 제품으로 등장하는데 1996년 출시된 다이너스티가 바로 그 차였다. 부드러운 곡선이 강조됐던 뉴 그랜저와 달리 다이너스티는 화려한 크롬 도금 라디에이터 그릴과 수직으로 떨어지는 뒷모습 등 권위를 강조했다. 곧이어 뒷좌석 공간을 늘린 리무진 모델이 출시됐다. 이후 한국 대형 고급차 시장은 그랜저 중심의 오너드라이버 시장과 다이너스티에서 기아 오피러스, 현대 에쿠스로 이어지는 쇼퍼드리븐 시장으로 분화돼갔다. 

다이너스티와 에쿠스로 이어지는 새로운 기함들이 자리 잡아가던 시기인 만큼 그랜저는 새로운 시장에 새롭게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었고 그에 따라 변신했다. 1998년 나온 그랜저 XG는 본격적인 오너드라이버용 그랜저였다. 4.9미터 이하로 10센티미터 이상 짧아진 차체, 윈도 프레임이 없는 도어 등 이전 세대와 다른 세련된 디자인은 일명 ‘하이 오너드라이버’로 불리는 새로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랜저 XG의 변신 전략은 새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해, 전체 기간 중 뉴 그랜저 대비 거의 2배에 달하는 30만 대가 내수 시장에 안착했다. 

2005년 등장한 그랜저 TG도 국내에서만 40만 대 이상 팔리는 성공을 거둔다. 이전 XG가 우아한 이미지를 추구했다면 TG는 디테일이 억제돼 다소 보수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낮고 긴 실루엣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었을 뿐 상위 오너드라이버를 겨냥한다는 점에선 XG와 일맥상통했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선회한 것은 담백하고 기능적인 당시 NF 쏘나타의 디자인 DNA와 이어졌다. 화려하지 않다는 공통점 아래 합리성을 추구하는 NF 쏘나타와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그랜저 TG로 결을 달리했다는 점에선 잘 짜인 전술이었다. 

2011년의 그랜저 HG는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2009년 출시된 YF 쏘나타가 선보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HG는 젊고 세련되며 신선한 이미지를 가진 최초의 고급 승용차로 태어났다. 초기엔 YF 쏘나타가 등장했을 때만큼 찬반 의견이 갈렸지만 소비자들이 손을 들어주면서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젊어진 그랜저 HG의 장점은 보다 넓은 계층에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너드라이버용으로 자리매김한 그랜저는 젊고 세련된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으로 젊은 층과 여성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얻었다. 결국 그랜저 HG는 국내에서 50만 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한 그랜저 최대 히트작이 된다. 

 

 

그랜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 1세대 그랜저(1986년) 2 2세대 그랜저(1992년) 3 3세대 그랜저(1998년) 4 4세대 그랜저(2005년) 5 5세대 그랜저(2011년)

 

LF 쏘나타를 밟고 일군 성공
그랜저 HG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성격으로 고급차의 대중화를 이루며 성공했다는 건 상대적으로 입지가 줄어드는 모델이 있다는 의미다. 그 희생양이 바로 쏘나타였다. 위로는 기함 에쿠스에 이어 새로운 대형 고급 세단 제네시스까지 포진하자 그랜저는 아래로 시장을 넓힐 수밖에 없었다. 바꿔 말해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가 출시되기 전부터 이미 쏘나타의 내부 입지는 위축되고 있었다. 

LF 쏘나타가 YF와 달리 보수적인 디자인으로 되돌아간 것도 그랜저 HG의 콘셉트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젊고 개성 강한 디자인의 그랜저 HG는 자기표현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을 가진 고객에게 어필했다. 이에 반해 LF 쏘나타는 보편타당한 디자인, 우수한 기본기와 상품성으로 합리성이 중요한 패밀리 세단 시장을 공략하는 전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가까워진 두 모델을 수직 서열로 구분하는 게 점차 힘들어져서 성격 구분으로 서로 빗겨나가는 방법을 고른 셈이다. 하지만 이 전술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YF 쏘나타 때문이다. YF는 실용적이고 믿음직하며 경제적이기만 하면 됐던 패밀리 세단 시장을 패셔너블한 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YF 쏘나타 이후 토요타 캠리와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등 세계적 라이벌들도 모두 스포티하거나 고급스러운 방향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이전의 보편적 정서로 돌아간 LF 쏘나타는 좋은 차인 줄 알면서도 선뜻 마음이 끌리지 않는 차가 돼버렸다. 자신이 만든 감성적 시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랜저 HG가 그 시장을 예상보다 많이 잠식하고 들어왔다. 

 

LF 쏘나타(가운데) 인테리어는 품질보다 보수적인 색채로 돌아선 것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그랜저 IG 인테리어(오른쪽)는 스타일부터 테마, 소재와 디테일, 인체공학까지 흠잡을 데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실상 현대차의 실내 완성도는 그랜저 HG(왼쪽) 시절부터 이미 세계 정상급이었다. 

 

어깨는 무겁고 사공은 많았다
그런데 그랜저에 극적인 상황이 닥쳤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이다. 그랜저는 뉴 그랜저 이후 20여 년 만에 다시 현대의 기함 역할을 해야 했다. 물론 아슬란의 미래에 따라 역할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브랜드 파워를 감안하면 그랜저가 명실상부한 현대 브랜드의 기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20여 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단순히 중후한 럭셔리 세단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룹 안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랜저 IG는 현대 브랜드가 추구하는, 그리고 제네시스 브랜드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브랜드의 지향점을 담아야 했다. 실상 그랜저 IG에는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브랜드 전략과 이를 투영한 디자인 경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반떼 스포츠와 i30 그리고 곧 출시될 N 브랜드가 추구하는 다이내믹한 이미지, 새로운 캐스케이딩 그릴을 중심으로 하는 단정하고 볼륨감 강한 디자인,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등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그랜저 IG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은 두 가지 의문을 갖게 한다. 

첫 번째는 편향이다. 그랜저 HG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시장성이었다. 반면 IG의 디자인은 다분히 남성적이며 중후하다. 여성 고객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30대 중반의 젊은 고소득자들도 IG로 오기보단 수입차나 제네시스 G70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 물론 “그랜저가 잘 팔릴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무조건 잘 팔린다”이다. 브랜드 파워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제품 성격과 시장의 호응도가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두 번째 걱정은 디자인 완성도다. 그랜저 IG는 앞바퀴굴림임에도 스포티한 이미지를 위해 뒷바퀴굴림의 실루엣을 적극 차용했다. 특히 최근 공개된 기아 CK(스팅어)나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온 G70 스케치의 실루엣이 엿보인다. 보닛부터 앞 유리까지의 라인은 거의 같고 뒷바퀴가 앞으로 많이 나와 있어 뒤 오버행이 길어 보이는 것까지 스포티한 뒷바퀴굴림 세단의 그것 그대로다. 문제는 앞바퀴의 위치, 즉 FF 설계 특유의 기다란 앞 오버행이다. 언뜻 강인해 보이는 IG의 앞모습은 자세히 살피면 긴 오버행 때문에 오히려 무거워 보이는 경향이 있다. 가로배치 엔진 때문에 보닛 높이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어 보닛이 라디에이터 그릴 부근에서 급격하게 오므라드는 부자연스러운 모습도 드러난다.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가져와야 했을까? 아래 있는 그랜저 IG와 기아 스팅어의 옆모습 사진을 비교해보시길. 매우 비슷하며, 앞바퀴 위치만 눈에 띄게 차이 나는 걸 볼 수 있다. 

 

현대 그랜저 IG

 

경이와 경악 사이 
이번 분석을 위해 그랜저 IG를 두 번에 걸쳐 시승했다. 처음 시승 때 뜻밖의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람 소리가 나지 않게끔 고무 실링의 방향을 조절하는 등 대단히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차인데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의 느낌이 석연찮다. 처음 탄 그랜저 IG는 지하주차장 포장 면의 미세한 굴곡에도 불필요한 움직임을 보인다. 도로에서도 매끈한 노면에선 흠잡을 데 없이 조용하고 고급스럽지만 노면에 조금의 요철이라도 있으면 금세 안정감을 잃는다. 가장 아쉬운 건 앞바퀴 접지력과 감각이다. 코너링을 시작하면 앞바퀴가 잘 따라오질 못한다. 스티어링 감각은 이전 HG보다 비약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에 더 이상하다. 코너링 초기의 언더스티어를 참으며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서서히 원하는 궤적으로 앞머리가 따라오긴 한다. 하지만 IG는 그런 불안함을 참으며 운전해야 하는 장르의 차가 아니다. 시승에 함께 나선 김형준 편집장은 염화칼슘이 뿌려져 미끄러운 노면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코너 바깥으로 부풀어나가는 위험천만한 상황과 맞닥뜨리기도 했다. 앞바퀴 접지력이 부족하고 접지 감각도 잘 전달하지 못해서였다. 엔진도 5000rpm이 넘으면서 불쑥 튀는 출력 증가가 느껴진다. 그래서 더 일상적으로 쓰임새가 많은 중속 영역에서는 출력이 크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2.4 모델을 다시 섭외해 시승했고 또 한 번 당혹감에 휩싸였다. 같은 차지만 분명 다른 느낌을 전했기 때문이다. 운전대가 가볍긴 해도 자연스러운 감각은 긍정적이다. 자연스럽게 앞머리가 돌아가는 조향 감각과 보다 선명한 접지 감각도 좋다. 3.0의 8단 자동과 비교되는 6단 자동변속기는 동력의 직결감이 아쉽지만 2.4 엔진은 일상적인 2000~4000rpm에서 기분 좋게 돌아가며 쓸 만한 토크를 내 오히려 달리는 느낌이 경쾌하다. 2.4가 3.0보다 좋다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앞쪽의 늘어난 무게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차(3.0)가 당황스럽고, 엔진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정도로 일관성 없는 점도 수상하다. 그랜저 IG 2.4의 움직임은 믿음직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LF 쏘나타의 연장선에 있다. 현대의 앞바퀴굴림 기술을 고급스럽게 발전시켰다는 느낌이다. 반면 3.0의 주행감각은 전통적 기함 역할에 어울리는 아슬란의 부드러움과 최근 현대 브랜드의 다이내믹함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신형 그랜저는 엄청난 기세로 팔리고 있다. 하지만 차의 방향 설정은 애매한 구석이 있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 전략에 혼란이 온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아슬란(위)의 형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래도 그랜저 IG에겐 보다 명확한 임무가 주어져야 한다.

기아 스팅어

 

그랜저 IG의 새 임무 
현대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아슬란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슬란 후속 모델이 개발돼 지금과 같은 고급스럽고 안락한 세단 자리를 지킬 거라면 그랜저는 좀 더 다이내믹하게 가도 된다. 그게 아니라면 그랜저에 보다 확실한 방향을 담아야 한다. 이런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2.4와 3.0 모델의 판이한 주행감각에서 느낀 혼란을 머잖아 나 아닌 다른 사람도 느끼게 될 거다. 이는 현대 브랜드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랜저는 현대차의 소중한 브랜드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중요도는 상징성뿐 아니라 판매량에서도 더욱 커져가고 있다. 정성껏 만든 훌륭한 제품이 모호한 지향점 때문에 혼란을 겪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출시 초기의 대성공엔 축하를 보낸다. 그랜저 브랜드의 파괴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품질은 경의를 표하고 싶을 만큼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아무리 명마라 해도 기수가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랜저에겐 또렷한 임무가 필요하다. 모름지기 기함은 그래야만 한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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