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운 세상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자는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누군가는 패자가 되어 물러난다. 도전자는 속이 편하다. 의지를 가다듬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형 SUV 시장이 딱 이렇다. 르노삼성 QM3가 시장을 개척하고 대성공을 거둔 뒤,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한 쌍용 티볼리가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디젤과 가솔린 두 가지 엔진과 두 종류의 보디 타입 그리고 경쟁 모델에는 없는 네바퀴굴림과 HID 헤드램프 등 고급 사양으로 소비자를 유혹한 결과다. 팔 만한 차종이 많지 않은 쌍용차에서 오랜만에 나온 신차인 데다 반응까지 좋으니 집중력을 발휘했다. 
1위 등극은 시간문제였다.

여기에 올해 3월, 영역은 다르지만 비슷한 크기와 뛰어난 연비, 보조금 혜택으로 큰 힘을 얻은 기아 니로가 더해지며 소형 SUV 시장은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2016년 11월까지 판매량은 티볼리가 5만1300여대로 1위, 니로는 1만7000여 대로 2위, QM3는 1만3300여 대로 3위를 기록했다. 쉐보레 트랙스는 1만1387대로 만년 꼴찌다. 처음 국내에 출시된 2013년부터 지금까지 경쟁 모델이 바뀌거나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도 아닌데 꾸준히 마지막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쨌든 트랙스는 바뀌었다. 3년 만의 페이스리프트다. 나오자마자 11월 판매량 2500대를 넘겼다. 2016년 2월, 그러니까 QM3가 물량 부족에 허덕이던 때를 제외하고 자력으로는 처음으로 소형 SUV 판매량 2위에 올랐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박수를 보낼 일이다. 

우선 안팎의 모양새가 많이 달라졌다. 이전 모델은 헤드램프와 안개등이 위아래로 늘어서 앞모습이 껑충해 보였다. 동급에서 가장 SUV다운 디자인이었지만 ‘강인한 SUV’가 아닌 ‘높고 불안한 SUV’의 이미지였다. 신형은 앞모습에 최신 쉐보레 시그니처 디자인이 적용돼 넓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만들었다. 높이가 20밀리미터 낮아졌는데 서스펜션이나 차체가 낮아진 게 아니라 루프 레일과 안테나 형상의 변화 때문이다. 상하좌우의 균형 잡힌 모습은 디자인 덕이다.

이미 스파크와 말리부에서 자리 잡은 새 앞뒤 모습은 멋지다. 다만 고급 모델부터 아래로 내려갔으면 좋았을 텐데 스파크가 변화의 선봉에 서는 바람에 효과가 조금 떨어지는 것은 아쉽다. 또 시승차는 LTZ(최고 사양)로 듀얼 포트 그릴과 함께 프로젝션 램프와 LED 주간 주행등, 포지셔닝 램프 등이 포함돼 있다. 아래 등급인 LT는 새로운 테일램프와 18인치 휠이 포함된 120만원짜리 스타일 패키지를 선택해야 바뀌는 부분이다. 치장에 비용이 포함된다는 뜻. 그래도 능력에 비해 부족해 보이던 겉모습이 멋지게 바뀐 건 환영할 일이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쉐보레의 소형차 부품 공유 정책에 따라 계기판은 어쩔 수 없이 아베오, 스파크와 공유한다. 하지만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대시보드 분위기를 바꿔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이게 꽤 잘 먹힌 느낌이다. 싸구려 은색 플라스틱이었던 구형과 달리 센터페시아에 크롬과 고광택 블랙 패널을 써 이전보다 두 배쯤 고급스럽게 보인다. 물론 LT 이상에서 마이링크를 선택해야 가능한 옵션이고 크롬 장식은 LTZ에서만 기본 사양이다. 인조가죽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건 그래도 다행이다.

하나 더 칭찬하고 싶은 건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 다양한 스마트폰 운영 시스템에 맞춰 편리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마이링크는 연결이 쉽고 직관적이다. 앞뒤 도어와 암레스트까지 꼼꼼하게 들어간 8개의 컵홀더는 미국에 뿌리를 둔 쉐보레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섬세하지 못한 마무리는 아쉽다. 스티어링휠 칼럼 커버의 거친 접합 부분이나 불규칙하게 잘린 앞 유리와 천장의 끝부분은 차를 타는 동안 계속 거슬렸다.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니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파워트레인은 과거의 1.4리터 터보 가솔린과 1.6리터 CDTI 디젤 엔진이 그대로 이어지며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135마력의 디젤 엔진을 얹어 넉넉한 성능을 보여준다. 무게는 1415킬로그램으로 앞바퀴굴림 디젤 모델을 기준으로 티볼리 에어(1445킬로그램)에 이어 두 번째로 무겁다. 티볼리 디젤이 1395킬로그램으로 차이가 크지 않지만 주행감은 어떤 경쟁 모델보다 트랙스가 묵직하다. 큰 덩어리 같은 섀시의 느낌은 다른 경쟁 차에서 찾기 어렵다. 한편으로 QM3의 경쾌한 가벼움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덩치가 작은 차를 타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면 이쪽이 더 낫다. 

스티어링휠은 멈춰 있을 때 약간 무겁다가 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많이 가벼워진다. 초반엔 낯설게 느껴질 텐데 주차할 때 이질감이 든다. 반면 주행 중엔 일정한 수준으로 무거워져 다루기 편하다.
소음과 진동은 잘 억제돼 있다. 거슬리는 점이 있다면 A와 B필러 부근에서 들어오는 바람 소리인데 고속도로 규정 속도를 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LTZ에 포함된 콘티넨탈 컨티프로컨택 타이어는 노면 소음을 많이 없애고 괜찮은 접지력을 발휘한다. 성인 4명이 타도 좁지 않은 실내는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다.
 
시승차인 LTZ의 기본 가격은 2580만원이다. 여기에 전동 선루프(60만원) 그리고 사각지대와 전방 추돌,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이 포함된 세이프티 패키지 II(80만원)가 더해져 2720만원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모델이 아니어서 선택폭이 좁은 QM3는 차치하고 기본 가격이 2501만원인 티볼리 에어 RX 트림과 경쟁적으로 비교되는 가격이다. 개별 옵션을 나열하면 트랙스의 가격이 좀 더 높다.  

겉모습과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바꿔 상품성을 높인 전략은 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도 1등까지 올라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작지 않을 테다. 왕년에 잘나갔던 QM3의 대응과 아직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티볼리 형제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계기반은 아베오, 스파크와 공유한다. 하지만 대시보드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이전 모델보다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SPECIFICATION
CHEVROLET TRAX 1.6 DIESEL LTZ

기본 가격 2085만~2580만원 시승차 가격 272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직렬 4기통 1.6ℓ DOHC 터보 디젤, 135마력, 32.8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415kg 휠베이스 2555mm  길이×너비×높이 4255×1775×1650mm 복합연비 14.7km/ℓ CO₂ 배출량 133g/km

 

 

 

 

모터트렌드, 자동차, 쉐보레트렉스, 파워트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