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건 주차다. 땀을 뻘뻘 흘리며 차를 이리 밀고 저리 넣어도 도통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직각주차는 할 기회가 많아 점점 느는데 평행주차는 운전을 좀 오래 한 사람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앞과 뒤의 간격은 오로지 감각에만 의존해야 하는 데다 후진으로 차를 정확히 제어하는 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차보조 시스템은 마치 선물과 같은 시스템이다. 주차하려는데 좀 오래 걸린다고 뒤차가 경적을 막 울려대 아무것도 못하겠는 ‘멘붕’ 상태가 돼본 사람들은 특히 공감할 것이다.

이 고마운 시스템을 처음 개발한 것은 토요타다. 2003년 프리우스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효용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이게 왜 필요하냐는 거다. 하지만 2008년 폭스바겐이 티구안과 골프 파사트 등 거의 전 모델에 주차보조 시스템을 장착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알아서 척척 자율주행만큼 떠들썩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자율주차도 제조사와 부품사 간의 개발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이는 주차 조향보조 시스템이다. 운전대만 마구 돌리며 방향을 잡아줄 뿐 가고 서는 것과 기어를 전진과 후진으로 변속하는 건 운전자의 몫이다. 물론 계기반을 통해 정지와 변속 시점을 알려주긴 한다. 시키는 대로 하면 빈칸에 쏙 하고 들어간다. 그리고 당시엔 평행 주차만 지원됐다. 한국처럼 평행주차할 일이 거의 없는, 직각주차가 대부분인 나라에서는 사실상 사용할 일이 없는 장치이긴 했다. 평행주차만 가능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로직이 더 쉽고 간단하다. 반면 운전자는 직각주차보다 평행주차에 더 애를 먹는다. 또한 초기 주차보조 시스템 개발에 앞장섰던 일본과 유럽은 평행주차할 일이 많은 나라이기도 했다. 사실 국내 최초로 주차 조향보조 시스템이 들어갔던 현대 아반떼도 평행주차만 지원했었다. 2010년대에 들어와서야 직각주차를 지원하는 차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리고 좁은 공간에 평행주차된 차들을 탈출시키는 기능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조향뿐만 아니라 변속과 제동까지 알아서 하는 전자동주차시스템(APAS, Autonomous Parking Assist System)이 개발됐다. 차 안에 아무도 승차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원격제어를 통해 자동으로 주차 가능한 원격전자동주차시스템(RSPA, Remote Smart Parking Assist)도 개발된 상태다. 운전자가 차에 빈 공간을 인식시킨 뒤 하차해 스마트폰으로 주차 버튼을 누르면 간단하게 주차가 해결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주차 중 충돌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자가 내리고 탈 수 없는 좁은 공간에도 주차 및 출차가 가능해진다.

이 같은 시스템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건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다. BMW는 신형 7시리즈에서 운전자가 내린 상태에서도 스마트 리모컨키를 통해 차를 전진 혹은 후진시켜 주차를 완료할 수 있게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신형 E 클래스를 통해 대단한 주차 기능을 선보였다. 조향은 물론 변속과 가속, 제동 모두 차가 알아서 한다. 주차도 평행과 직각 후면은 물론 직각 전면까지 지원한다. 또한 운전자가 차에 승차하지 않은채 원격으로 주차 및 탈출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현대모비스도 개발 완료한 상태다. 양산 시점은 2년 내로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조향, 제동, 변속 등을 모두 자동차가 알아서 제어한다. 매우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세계적인 다른 부품업체들도 아직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다.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원격 스파? SPA는 Smart Parking Assist의 약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무인 상태인 차량의 주차를 원격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원격전자동주차시스템은 평행주차와 직각주차, 평행출차와 직각출차, 장애물 긴급제동 등 주차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지원한다. 아울러 열악한 국내 주차 환경을 고려해 자동차의 길이와 너비보다 80센티미터 정도만 확보돼도 문제없이 작동하도록 개발됐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장거리와 단거리 초음파 센서 12개를 자동차 앞, 뒤, 옆에 장착해 실시간으로 이동 거리 및 각도, 외부 장애물과의 거리를 감지하게 했다.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RSPA의 ECU(Electronic Control Unit)는 차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판단하여 각 제어부로 신호를 보낸다. 이때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은 기존 SPAS보다도 훨씬 많다. 때문에 RSPA ECU는 SPAS ECU처리 속도의 4배가 넘도록 성능을 향상시켰다. ECU가 판단을 완료하고 각각의 제어부로 신호를 보내면 엔진, 조향장치, 제동장치, 주차 브레이크 등 4개의 제어부가 그 신호에 따라 움직여 주차를 완료한다. 현대모비스는 주차지원 기술을 구성하는 센서와 ECU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스스로 독자 개발했다. 핵심 기술로 꼽히는 제어 로직은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현대모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차지원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격전자동주차시스템과 차 주변 360도를 보여주는 AVM(Around View Monitoring)을 통합하는 기술도 이미 확보했다. 초음파 센서를 기반으로 하는 원격전자동주차시스템이 카메라 센서를 기반으로 하는 AVM과 합쳐지면 주차공간을 더욱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옆에 주차된 차들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주차선을 기준으로 정렬해 보다 반듯하게 주차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무인 발레파킹’ 기술까지 최대한 빠르게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가 알아서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빈 공간을 찾아 주차하는 이 기술은 주차장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기술 발전이 필수다. 또한 주차장 내에 차량들이 정확히 어디쯤 이동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측위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4년 이미 무인 발레파킹 기술 시연에 성공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점차 기술을 높여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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