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과욕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34개의 스피커는 너무 많다. 스피커가 많은 게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닌데 보스와 캐딜락이 CT6의 고급감에 기대어 무리수를 두었다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빌리 마튼의 <Writing of Blues And Yellows>를 캐딜락 CT6의 보스 패너레이 사운드 시스템으로 재생시켰다.

첫 곡인 ‘La Lune’에서부터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았다. 어쿠스틱 기타의 아련한 울림이 차 안을 가득 메우자 소리조차 낼 수 없는 감탄이 새어  나왔다. 낮은 음은 발밑 공간에서 공명돼 보다 큰 울림으로 전달됐다. 빌리 마튼의 예민한 목소리는 헤드레스트에 내장된 스피커로 울려 퍼졌다. 마치 귀에 대고 노래 부르는 것 같았다. 물론 각각의 소리가 완전히 분할돼 나오는 건 아니다. 그런데 꼭 그런 것처럼 느껴진다. 소리 자체도 생생했다. 그리고 아무런 빈틈도 없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34개 스피커의 위력은 거기 있다. 소리를 단순히 공간에 퍼뜨리는 게 아니다. 포근하게 내보내 강렬하게 휘감는다.

물론 가슴으로 스며드는 감동의 가장 큰 원천은 빌리 마튼의 음악이다. 1999년생. 한국 나이로 18세인 빌리 마튼의 목소리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성숙하고 울림이 깊다. 음악의 정서도 약간은 예스럽다. 그러면서 어딘지 몽환적이다. 그래서일까? 목소리에서 포티셰드의 베스 기븐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으론 세라 매클라클런도 들린다. 그녀는 실제로 닉 드레이크와 로라 말링 등 포크 음악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데이비드 보위와 포티셰드 같은 록과 일렉트로닉 밴드의 영향도 부인하지 않았다.

CT6의 보스 패너레이 시스템은 단순한 구성의 음악도 깊은 공명과 생생한 구현으로 감동을 배가시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비틀스의 유일한 공식 라이브 앨범인 <Live At The Hollywood Bowl>도 재생시켰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Twist And Shout’부터 보너스 트랙이자 마지막 넘버인 ‘Baby’s in Black’까지 총 17곡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내내 기대가 채워지지 않았다. 비틀스의 라이브 실황이 오디오에서 한 번 정제된 뒤 스피커를 통해 나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디오가 걸러낸 건 현장감이었다. 공연장에서 모노로 녹음한 음반에 억지로 생동감을 부여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러면 라이브 앨범의 의미는 사라진다.

그린데이의 신보 <Revolution Radio>도 비슷했다. 폭발적인 사운드를 가시로 만들어 고막에 갖다 꽂아도 모자랄 판인데 그걸 곱상하게 걸러 살포시 귓가에 올려놓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입체감도 떨어졌다. 빌리 마튼을 재생하던 오디오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이퀄라이저나 다른 조절할 게 있나 찾아봤다.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는 건 고음과 중음, 저음, 서라운드의 볼륨뿐이었다. 보스 패너레이는 실황 앨범이나 록 사운드와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간결하고 선명한 사운드의 포크나 클래식이 제격이다.

결국 사랑해 마지않는 비틀스와 그린데이의 앨범은 몇 년째 애용 중인 보스의 이어폰으로 들어야 했다. 비틀스의 음반은 음악도 대단하지만 비틀스가 당시 얼마나 신화적 존재였는지를 느낄 수 있어 더 감격적이었다. 관중의 함성과 반응 덕분이다. 비틀스와 동시대를 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좀 더 의미 있는 앨범이 될 것 같다. 그린데이는 26년간 달리고 달려 다시 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회귀나 복고가 아니다. 할 거 다 해본 형님들이 찾은 초심이기 때문이다. 루이스 해밀턴이나 제바스티안 페텔이 초심 찾겠다고 카트 대회 나가는 거랑 마찬가지 상황인 거다. 이러니 추종하지 않을 수 없다. <Dookie>부터 전부 다시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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