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바이크 라이더들의 축제인 ‘BMW 모터라드 데이’에 거의 매년 참가했지만 단 한 번도 바이크를 타고 갔던 적이 없다. 바이크 면허가 있지만 잘 타지 못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바이크를 타고 갔다. 클러치가 없는 스쿠터(C650 스포츠)지만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까지 장장 5시간에 걸쳐 무사 당도했다. 혼자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앞뒤에서 십수 년씩 두 바퀴 라이프를 영위해온 진짜 라이더들의 호위가 있어 가능했다. 

힘들었다. 바이크는 몸으로 차체를 컨트롤한다. 비루한 몸뚱이로 무거운 C650을 장시간 누이고 당기는 건 쉽지 않았다. 날씨도 덥지 않으면 비가 내렸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괜히 나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잘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강원도로 넘어가 산길을 달릴 때면 바람이 땀을 식히고 멋진 풍광이 눈을 희롱한다. 공기도 달달하다. 바이크는 자동차보다 자연에 훨씬 가깝다. 기분이 좋았다. 고저차에 따라 기온이 수시로 달라지는 것도 재밌었다. 

1000대의 바이크가 모인 알펜시아 리조트는 장관이다. 그 무리에 내가 섞여 있다는 게 신기하다. 솔직히 난 ‘두 바퀴 멸시 종자’였다. 그런데 이 멀리까지 두 바퀴를 타고 이들과 동화되어 즐기고 있으니 헛헛한 웃음이 나왔다. 

서울로 돌아올 때는 6시간 걸렸다. 2시간 이후로는 ‘다시는 두 바퀴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왔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슬슬 몸이 근질거린다. 사고 싶은 것을 꾹꾹 참고 있을 때 생기는 ‘좀 쑤심’과 비슷하다. 어쩌면 내년 BMW 모터라드 데이에는 클러치가 달린 바이크를 타고 갈지도 모르겠다. 가만있어 보자. G310R이 언제 나온다고 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