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주의적 사고체계 공기역학을 고려한 차 바닥은 에이드리언 뉴이가 디자인했다. 프런트 펜더는 대충 얹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AM-RB 001은 차대번호처럼 보이는 이상한 이름이다. 이제껏 차 이름을 밴티지, 뱅퀴시, 벌칸이라 지어온 회사의 것이라 더 그렇다. 하지만 이 따분한 이름엔 F1 경주차 수준의 가속력과 코너링, 제동력이라는 충격적인 성능 목표가 담겨 있다. 따분한 콘셉트카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결승용 F1 경주차를 만들었습니다. 예선용이 아니에요.” 애스턴마틴 관계자의 설명이다. 흠, 그렇다면 기대치를 조정해볼 수밖에. AM-RB 001은 애스턴마틴과 레드불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레드불 레이싱 F1 팀의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회사)의 공동개발 프로젝트다.

 

레드불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는 레이싱카 디자인에 있어 슈퍼스타로 대접받는 에이드리언 뉴이가 이끌고 있다. 애스턴마틴에 따르면 여기 선보인 차는 이미 최종 디자인의 95퍼센트 수준에 다다라 있다. 주행 가능한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 등장하려면 아직 1년 남았지만 통상적인 자동차 개발 기간에 비하면 AM-RB 001은 빛의 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애스턴마틴과 레드불 레이싱 고위급은 올해 1월에 이 아이디어에 관해 처음 얘기를 나눴고,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공식 계약서는 지난 3월 호주 그랑프리 전날 밤에 체결됐다.

 

많은 세부 사양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아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21세기 하이퍼카와 마찬가지로 AM-RB 001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춘다. 내연기관 엔진은 자연흡기 V12로 배기량은 6.0~7.0리터가 될 것이다. 엔진은 AM-RB 001 전용이다. 곧 시판될 DB11의 신형 5.2리터 V12 트윈터보 엔진과도 공유하는 부품이 없다. 생산은 F1 경험이 많은 외부 회사에 일임한다. V12는 KERS 타입 하이브리드에 전기모터를 달아 출력을 키운다. 전체 시스템 출력은 1000마력대 이상이 예상된다. 모든 출력은 오토 시퀀셜 8단 수동기어를 통해 뒷바퀴로 전해진다. 차체는 초경량 카본파이버와 알루미늄, 티타늄으로만 만들어진다. 마력당 무게비 목표는 1킬로그램으로, 공차중량은 998~1089킬로그램이 될 것이다.

 

 

 

하지만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성능의 핵심은 실상 에이드리언 뉴이가 디자인한 에어로다이내믹 패키지에 있다. 이는 애스턴마틴 디자인 수장 마렉 레이크만의 손을 거친 캡 포워드 스타일 카본파이버 보디워크 안에 드러나지 않게 담겨 있다. 말하자면 AM-RB 001은 그라운드 이펙트 차다. 극적인 형태의 차 바닥은 거대한 공기흡입구 끝부분부터 아래로 쓸어 내려가다가 콕핏 근처에서 마치 보트 선체처럼 바깥으로 부풀어나간다. 

 

보디 측면은 치맛자락처럼 드리워져 노면을 쓸고 다닐 듯하다. 당연히 보디 끝자락보다 차 바닥이 노면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차 앞쪽 끝이 큼지막하게 입을 벌리고 있지만 그 뒤에 냉각을 위한 부품은 없다. 대신 빠르게 움직이는 공기를 콕핏 양쪽 아래 깊은 터널을 거쳐 뒤쪽으로 내보내면서 엄청난 양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차체 뒤쪽에선 스포일러가 다시 바람을 다스린다. 아직 배기구의 개수와 위치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배출가스가 보디 뒤쪽의 윗면을 타고 흘러 스포일러 부근까지 다다르게 하면 공기 흐름을 빠르게 만들어 다운포스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바퀴를 감싼 큼지막한 펜더도 공기의 흐름을 조절한다.

 

커다란 범퍼 흡기구로 들어온 공기는 바퀴를 휘감은 다음 프런트 펜더뒤에 있는 커다란 구멍으로 빠져나간다. 이렇게 차체 옆으로 빠져나간 공기는 다시 뒤쪽 펜더 앞에 놓인 커다란 엔진 에어 인테이크와 냉각용 송풍구로 유도된다. 서스펜션 구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 도로와 트랙 어디에서든 AM-RB 001을 몰 수 있게 차고 조절 기능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족의 흔적 지붕의 은색 테두리 장식은 DB9의 뒤를 잇는 신형 DB11과 연결되는 시각적 요소다.

 

 

 

에이드리언 뉴이는 레드불 레이싱카 개발 시뮬레이터에서 AM-RB 001의 디자인을 섬세하게 다듬는 중이다. 덕분에 F1 팀에서 축적한 놀랍도록 자세하고 세밀하게 조정된 고성능 데이터를 AM-RB 001 설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애스턴마틴과 레드불 모두 이 차가 시속 443킬로미터를 내는 부가티 시론보다 빠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신 레이스트랙에서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민첩성과 접지력, 가속성능에 힘을 실을 것이다. 애스턴마틴은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시간이 2.5초나 그 이하, 코너링 때의 횡가속도와 제동 시의 종가속도는 모두 2.0G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에 만들어질 도로용 모델 99대는 2018년까지 고객에 인도할 계획이다. 이후 극한의 레이스 버전 20대가 추가로 제작된다. 가격은 얼마냐고? 200만~300만 파운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환율로 대충 계산해도 28억7000만~43억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