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트랙 전용 스포츠카 래디컬(Radical)이 국내 모터스포츠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6월, 래디컬은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트랙에서 소규모 셰이크다운 행사를 열고 첫 번째 소개 모델인 SR3 RSX를 선보였다. SR3 시리즈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1000대 넘게 팔린 래디컬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이날 시험 운전에 나선 모델의 일련번호는 1032번.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교육용으로 사용될 차다. 그래서 조수석에도 브레이크 페달이 있다.

SR3 RSX는 체구는 작지만 레이스 경주에서나 들을 법한 우렁찬 사운드와 기운을 뿜어낸다. 엔진은 1.3리터 스즈키 하야부사 모터사이클 엔진을 가져와 1.5리터로 배기량을 올리고 출력을 레이스카에 알맞게 조정했다. 모터사이클 기본 가격은 1억5850만원부터 시작한다. 트랙을 즐기기 위해 고성능차를 사는 비용과 큰 차이 없어 보인다. hot metal 엔진을 사용한 이유는 크기가 작고 가볍기 때문이다. 작지만 최고출력 250마력의 힘을 낸다. 차체 무게는 570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고 최고속도에서의 다운포스는 900킬로그램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는 3.2초면 충분하다. 변속기는 6단 시퀀셜 방식이다. 던롭과 함께 별도로 개발한 전용 타이어도 달았다. 섀시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충돌 테스트를 거쳤다. 엔진을 제외한 모든 부품은 래디컬이 자체 생산한다.

기본 가격은 1억5850만원부터 시작한다. 트랙을 즐기기 위해 고성능차를 사는 비용과 큰 차이 없어 보인다

이 모든 사실을 직접 체험해볼 기회가 주어졌다. 운전은 프로레이서인 장현진 선수가 맡아주었다. 헬멧을 쓰고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몸을 조수석에 욱여넣었다. 차는 출발하자마자 모든 소리 위에 군림하려는 듯 트랙에 굉음을 퍼부으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지붕이 없어 체감 속도는 일반 스포츠카에 비할 게 못 된다. 마치 스포츠 바이크 뒤에 얻어 탄 기분이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횡가속도를 경험했다. 차는 시속 200킬로미터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분명 앞으로 달리고 있었지만 자유낙하와 다를 게 없었다. 난 앞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시승이 끝난 뒤 장현진 선수가 운전 소감을 말했다.

“딱 포뮬러카와 박스카 사이에 포지셔닝된 차예요. 이렇게 순수하게 달리기에만 초점을 맞춘 차는 처음 봅니다. 프로 레이서들의 훈련용으로도 제격이겠어요.” 래디컬은 이미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에 진출했다.

그다음으로 지금 한국 시장의 문을 노크한 속내가 궁금해 세일즈 총괄을 맡고 있는 덩컨 존스턴에게 물었다. “한국의 모터스포츠 시장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작은 편이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차처럼 큰 제조사가 있고 그들은 모터스포츠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한국의 모터스포츠 시장과 문화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한 브랜드의 날갯짓이 시장과 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순수하고 고급스럽게 트랙을 즐길 방법이 생긴 건 환영할 일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