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3.디자인은 예술작품 같았다.

레이싱 모델은 모터쇼의 꽃이다. 나는 별 관심 없지만….

메이커마다 새차 발표 무대는 온통 SUV로 가득 찼다. 가히 SUV 천하라고 할 만하다. 그리고 럭셔리한 SUV가 많았다. 벤틀리 벤테이가, 마세라티 르반떼, 캐딜락 XT5, 재규어 F 페이스, 닛산 무라노 등 모두 부가가치가 큰 값비싼 SUV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재규어는 스포츠 세단의 명가답게 정말 스포티한 SUV를 내놓았다. 같은 그룹인 랜드로버의 경험을 그대로 반영했을 것 같아 차에 믿음이 가고, 또 랜드로버와 전혀 다른 성격의 SUV 같아 의미가 있다. 재규어에 SUV가 생뚱맞지만 F 페이스를 많이 팔아 번 돈으로 더욱 멋진 스포츠 세단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이보크 컨버터블은 말이 안 되는 콘셉트 같다. 흙먼지 날리는 오프로드에서 지붕을 벗기고 달린다는 상상을 할 수 없어서다. 그럼에도 SUV의 지붕을 벗긴다는 생각이 싱그럽다. 이런 차를 양산하기로 한 그 용기가 부럽고, 이보크는 오프로더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그 용기가 대단하다. 최근 재규어 랜드로버의 약진을 생각하면 현재의 경영진에 절대적인 응원을 보내게 된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MQB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무게가 줄고 무게중심이 낮아지는 등 좀 더 밸런스 좋은 차가 됐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에 값싸 보이던 실내 디자인도 개선되면서 상품가치가 한층 커졌다. 폭스바겐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무난히 이어갈 듯하다.

캐딜락 CTS-V 같은 고성능 세단들, 쉐보레 카마로, 또 포드 머스탱 같은 미국차를 직접 대하면 그 가치가 커 보인다. 최근 미국차의 핸들링은 과거에 우리가 알던 차들이 아니기에 호기심이 크다. 링컨 컨티넨탈은 생각보다 작았다. 이렇게 작은 차에 ‘컨티넨탈’이라는 이름을 써버리는 것이 조금 아깝다. 차가작은 탓인지 생각만큼 벤틀리 플라잉스퍼를 닮아 보이진 않았다. 이 차 덕분에(?) 루크 동커볼케가 현대차로 왔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캐딜락 디자인이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 나가는 만큼 렉서스 역시 자신만의 세상을 펼쳐나간다. 처음에 무척 당혹스러웠던 렉서스 디자인은 이제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그 개성을 표현하려면 품질과 기술이 따라주어야 하는 디자인이다. 과감하고 정교한 디자인에 호감이 간다. 인피니티-닛산 역시 어느덧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인피니티 디자인의 호불호는 좀 더 눈에 익어야겠지만, 이번에 발표된 Q30은 예술작품이라 할 만하다. 르노삼성의 QM6도 커다란 차체가 럭셔리하게 보인다. 그런데 SM6와 함께 쓰는 르노의 새얼굴은 아직 내 눈에 익지 않았다. 프랑스 차의 독특함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벤츠 E 클래스는 S 클래스, C 클래스와 크기만 다를 뿐 똑같이 생겼다. 차를 보는 순간 브랜드를 금방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데, 이런 유행(?)은 정말 당혹스럽다. 디자인 편의주의 아닌가? 한편으로 지루하기도 하다. 벤츠, BMW, 아우디…. 멋진 차들이 하나같이 지루하다. BMW M2에서 BMW의 매력은 작은 차에 있다는 것을 새삼 떠올린다. 크기와 콘셉트가 과거 M의 시작을 알린 차 그대로다. 다시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을 몰고 싶다. 트랙을 미끄러지며 경쾌하게 달릴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모터쇼에서 정작 내게 흥미로운 차는 토요타 아이로드였다. 전기차는 아이로드처럼 작고 가벼운 세컨드카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터리 때문에 무거운 차를 기존의 관념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새로운 동력은 새로운 탈것으로 경험하고 싶다. 전기차는 재미가 덜하다는 인식도 바꿀 수 있을 거다. 르노 트위지에 비교해서 아이로드는 차가 돌 때 차체가 기울어져서 좋다. 운전의 재미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앙증맞은 실내의 재미는 물론 뒷자리에 앉는 승객이 앞자리 운전자를 양다리로 안는 자세도 묘한 감정을 부른다. 음…, 그러니까 동성끼리 탈 차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