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국제 오토쇼는 미국 최초의 모터쇼다. 북미에서 열리는 모터쇼 중 가장 잘 알려진 디트로이트 모터쇼(북미 국제 오토쇼)보다 8년이나 앞선 1900년 제1회가 열렸다. 국제 대회로 발돋움한 것도 1949년으로 디트로이트 모터쇼보다 먼저였다. 다만, 뉴욕 오토쇼는 소비와 유행의 중심지에서 열리는 만큼 상업적인 경향이 강했다. 지금도 산업적인 경향이나 기술의 향연보다는 스포츠카나 쿠페 등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모델이 주로 선보이고 있다. 올해도 뉴욕 제이콥 재비츠 센터에서 지난 3월 23일 프레스 데이를 시작으로 뉴욕 오토쇼가개막했다. 두고 볼만한 모델 6대를 소개한다.

 

 

제네시스 뉴욕 콘셉트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1월 제네시스를 럭셔리 브랜드로 독립시켜 키워나가겠다고 발표한 뒤에도 제네시스가 독립적으로 모터쇼에 참여한 적은 없었다. EQ900(현지명 G90)을 북미에 처음 소개했던 2016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제네시스는 현대 부스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2016 뉴욕 모터쇼는 제네시스가 현대 품을 떠나 독립적으로 부스를 마련해 참가한 첫 번째 모터쇼다. 부스 규모는 현대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94제곱미터에 그쳤지만 주목도는 꽤 높았다고 한다. 제네시스 뉴욕 콘셉트 때문이었다. 뉴욕 콘셉트는 2.0리터 T-GDI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 스포츠 세단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 센터장은 “앞 엔진, 뒷바퀴굴림 방식 고유의 기다란 보닛은 제네시스 럭셔리 디자인 언어의 정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실 뉴욕 콘셉트는 BMW3시리즈급으로 출시될 G70의 미리보기 모델로서의 의미가 더 컸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그룹 디자인 총괄도 “뉴욕 콘셉트는 단순한 보여주기용 차(Show Car)가 아니라 머지않아 보게 될 제네시스의 미래”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규모도 제일 크다. G70이 출시되면 제네시스가 좀 더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독립적인 이미지를 구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G70의 출시는 세단 기본 라인업의 완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응 여하에 따라 현대와 분리된 독립 판매점 및 정비망이 시험 운용될 가능성도 있다. 본격적인 판매점 분리는 오는 2020년부터 계획돼 있다. G70은 내년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동적인 우아함 제네시스는 Athletic Elegance를 ‘동적인 우아함’이라고 번역한다. 제네시스 디자인의 기본적인 방향이며 아름다운 비율의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GLC 쿠페 

쿠페는 이제 더 이상 세단이나 스포츠카의 전유물이 아니다. SUV, 특히 고급 브랜드의 SUV는 쿠페형 모델이 거의 필수처럼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잦다. GLK란 이름을 버리며 훨씬 유연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메르세데스 벤츠의 SUV GLC도 뉴욕에서 쿠페형 모델을 선보였다. 이름도 그리 어렵지 않다. GLC 쿠페다. 라디에이터의 삼각별 양옆으로 쭉 뻗은 줄이 둘에서 하나로 바뀌고, 리어램프가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 쿠페 라인업의 스타일처럼 가늘고 길게 뻗었다. 물론 지붕선도 A필러를 정점으로 밑으로 떨어지며 날렵한 조형을 만들었다. 단, 지붕선이 급격히 떨어져 어색한 모습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해 뒤쪽 오버행을 8센티미터 늘렸다. 엔진과 변속기는 GLC와 같은 종류로 꾸려진다. AMG 라인업으로 출시될 고성능 모델도 대기 중이다. 미국 시장 출시가 내년 초로 계획돼 있다. 국내에는 그 이후에나 들어올 예정이다.

 

 

 

아우디 R8 스파이더 

터보차저는 최근 다운사이징이란 명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대중형 모델은 물론 스포츠카도 예외가 아니다. 포르쉐뿐 아니라 페라리도 터보 엔진 사용을 늘리고 있다. 효율 개선은 물론 최대토크가 뿜어지는 범위를 넓혀 주행 성능 개선에도 일조한다. 하지만 아우디는 아직 자사 최고 성능의 스포츠카인 R8에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하고 있다. 폭발적인 소리와 터보 래그가 없는 민첩한 반응 등은 V10 5.2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품은 R8의 차별화된 매력이다. 아우디는 여기에 멋과 낭만을 더한 컨버터블 모델을 이번에 처음 선보였다. 바로 R8 스파이더다. 스파이더(Spyder)는 이탈리아어로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를 의미한다. 영어로 ‘로드스터(Roadster)’와 같은 의미다. 신형 R8 스파이더는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성능이 쿠페형 모델에 0.1초 뒤지는 3.6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 역시 쿠페보다 시속 5킬로미터 낮은 시속 319킬로미터다. R8 쿠페보다 158킬로그램이나 무거운 걸 생각하면 격차가 적다. 해외 매체들의 반응을 보면 쿠페보다 디자인이 더 잘 어울린다는 얘기도 꽤 있다. 연말쯤이면 출력을 601마력까지 끌어올린 R8 V10 플러스도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다 MX-5 RF 

컨버터블이 어울리는 계절에 마쓰다가 MX-5에 RF라는 이름을 더한 하드톱 모델을 들고 나왔다. MX-5 RF는 하드톱 컨버터블이 아니다. 지붕만 자취를 감출 뿐 B필러 뒤쪽은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 이런 형태, 어디서 봤다. 바로 포르쉐 911 타르가다. MX-5 RF의 지붕은 911 타르가와 구동방식이 완전히 같다. B필러 뒤쪽 지붕이 위로 들리면 승객석 지붕이 그 밑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마쓰다에서도 이미 “타르가 톱이라 불러도 좋다”고 했다. RF는 ‘Retractable Fastback’의 약자다. ‘지붕을 접어 넣을 수 있는 패스트백’ 정도의 의미다. 지붕을 넣어도 B필러 뒤쪽은 그대로 남아 있어 컨버터블이란 말 대신 패스트백이란 단어를 꺼내왔다. 패스트백은 C필러가 트렁크 끝까지 뒤로 쭉 뻗어 지붕이 늘씬하게 뻗은 차종을 의미한다. MX-5 RF는 올해 하반기부터 북미 지역에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마쓰다의 국내 진출은 일단 올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딜러사 선정 과정에 있어 양측이 조건과 투자 등에서 이견이 컸다는 후문이다.

 

 

 

링컨 내비게이터 콘셉트 

링컨 내비게이터 정도 되는 커다란 SUV는 거의 북미 지역에서만 팔린다. 사실 링컨이란 브랜드 자체도 북미를 제외하면 중동과 동아시아 정도에서만 팔리고 있다. 그나마도 일본에서는 내비게이터와 MKX만 판매 중이다. 중국에는 2014년에야 진출했다. 그럼에도 링컨 내비게이터 콘셉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링컨의 도약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링컨은 최근 새로운 디자인의 모델들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부활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선보인 콘티넨털과 내년 선보일 신형 내비게이터로 본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내비게이터 콘셉트는 신형 내비게이터의 미리보기 모델이다. 위로 열리는 커다란 걸윙도어와 세 단이나 되는 탑승용 계단 등은 조금 과장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모델에도 일부 반영될 여지가 있다. 링컨은 콘티넨털에 롤스로이스처럼 뒤로 열리는 코치도어를 사용할 것도 고려했을 만큼 적극적이다. 중국 시장이 관건이다. 콘티넨털이 중국 시장에 최적화해 만든 차인 만큼 내비게이터도 중국인들의 취향이 반영될 걸로 보인다. 다만 내비게이터의 최대 시장은 아직 미국이다.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프리우스란 이름은 곧 친환경차와 같은 뜻이 돼버렸다.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란 상징성에 출시될 때마다 최고 연비를 경신해온 이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4세대 프리우스를 내놓은 토요타는 뉴욕 오토쇼에서 프리우스 프라임을 또 선보였다. 친환경차의 상징 같은 이름에 최상이라는 뜻의 프라임이 더해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된 것이다. 기존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이름을 더하고 앞뒤 디자인까지 다듬어 차별화한 건 처음이다. 전기 모터만으로는 미국 기준으로 60킬로미터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지붕엔 태양광 패널도 달았다. 아직은 미약한 전력을 보태고 있지만 장차 얼마나 발전할지도 두고 볼 일이다. 현대의 친환경차 라인업인 아이오닉, 쉐보레의 친환경차 라인업인 볼트(VOLT, BOLT)와의 승부도 두고 볼 일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