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 트렌드>가 비교 시승으로 한 구도에 몰아넣는 차들은 보통 직접 경쟁한다. 다시 말해 맞수다. 맞수를 비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슷한 기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비교는 탐구 과정이 매끄럽고, 결론은 확실하다. 애매한 평가를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낭비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소리다. 반면 이번 특집의 주제는 골육상잔(骨肉相殘)이다. 쉽게 말해 형제 또는 같은 지붕 아래서 경쟁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다. 사실 이들은 맞수라고 보기 어렵다. 한 지붕 아래서 경쟁하는 이들은 서로가 최대한 이득을 취하고, 반면 손해 보지 않는 형태로 시장에 진입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아우디 TTS와 폭스바겐 골프 R이다. 두 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 상대가 아니다. 가격대도 다르고, 소비자의 취향도 갈라진다. 전혀 다른 시장에서 전혀 다른 매력으로 어필한다. 하지만 두 차는 한 구도에서 비교할 만큼 비슷한 구석이 있다. 범퍼 앞부터 뒤까지 꽤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단지 플랫폼 공유뿐만이 아니다. 엔진과 변속기, 심지어 디자인에 녹아든 DNA까지 비슷하다. 그런데도 둘은 가격이 2700만원이나 차이 난다. 당연히 TTS는 골프 R과 비교 당하고 싶지 않고, 골프 R은 TTS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이 맞을까? 같은 소스에서 시작된 이들의 전혀 다른 결과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플랫폼에서 디자인까지
두 모델은 사실 같은 플랫폼에서 출발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다르게 생겼다. 골프 R은 폭스바겐의 가장 뜨거운 모델만 가질 수 있는 ‘R’ 배지를 달면서도 상대적으로 그렇게 과격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전형적인 해치백 디자인이다. 7세대는 6세대에 비해 낮고 넓어진 차체로 비례의 안정감을 살렸다. 반면 3세대 TT는 원과 곡선이 테마였던 1세대에 비해 직선이 강조된 디자인을 쓴다. 다시 말해 고성능 스포츠카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4세대 골프의 PQ34 플랫폼을 사용했던 1세대 TT는 골프보다 짧게 줄인 휠베이스로 민첩한 조종 성능을 얻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뒷바퀴의 하중 부족으로 고속주행의 안정성이 문제가 됐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2세대 TT는 5세대 골프 PQ35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다. 물론 기본 설계가 유사할 뿐 실제로는 차체를 거의 다시 만들었다. 이때 사용한 것이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ASF) 구조다. 앞 차체 대부분을 알루미늄으로 만든 반면 뒷부분은 강철로 만들어서 앞뒤 무게 배분을 이상적으로 유지한 것이다. 여기서 3세대 TT는 오히려 알루미늄의 사용량이 더 줄었다. MQB 플랫폼이 골프를 최대 100킬로그램이나 경량화할 정도로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을 덜 사용했음에도 3세대 TT는 2세대보다 균형이 잘 잡혀 있고 동시에 50킬로그램이나 가볍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실내 품질과 인포테인먼트
차체 너비는 아우디 TTS가 40밀리미터 넓지만 실내 공간은 골프 R 쪽이 더 여유 있다. 해치백 구조로 공간의 실용성을 챙긴 R과 달리 TTS는 기본적으로 스타일을 중시한 디자인이다. 루프가 낮고 T자 형태로 돌출된 센터페시아로 본격 스포츠카 느낌을 강하게 살렸다. 하지만 공간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TTS가 월등히 앞선다. 소재와 디테일, 첨단 기술까지도 한세대 앞선 느낌이다. D컷 스타일 스티어링휠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딱히 공유하는 디자인이나 부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둘의 가격 중 상당한 비중이 실내에 투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부분에서 둘의 목표가 분명히 갈린다.

골프 R은 계기반과 중앙 인포테인먼트를 통해 모든 정보를 전달한다. 인포테인먼트는 별도의 통합 컨트롤러를 쓰지 않는다. 따라서 대시보드에 펼쳐진 각종 아날로그 버튼과 터치스크린으로 곧바로 조작한다. 다른 폭스바겐 자동차처럼 내비게이션은 한국에서 별도로 장착한 형태다(지니맵). 반면 TTS는 계기반에서만 차의 모든 정보를 표시한다. 버추얼 콕핏이라 불리는 12.3인치 고해상도 풀 TFT를 통해서 속도나 RPM, 각종 안전장비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주행 모드나 세부 사항도 여기서 설정한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다. 하지만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정보 같은 모든 기능이 운전자 중심이라 동승석에 앉은 사람은 다소 외면당하는 느낌이다. 직관적인 터치스크린 방식이 아니라 모든 조작을 통합형 컨트롤러(아날로그 버튼과 터치스크린 패드가 조합된 MMI)로 입력하는 것도 단점이다. 김태영

 

 

 

두 모델은 같은 플랫폼에서 출발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다르게 생겼다. 차체 너비는 TTS가 40밀리미터 넓지만 실내 공간은 골프 R이 더 여유 있다. 해치백 구조로 공간의 실용성을 챙긴 R과 달리 TTS는 스타일을 중시한 디자인이다.

 

 

엔진과 변속기
유럽에서 두 모델은 파워트레인 세팅이 꽤 다르다. 골프 R은 최고출력 300마력이지만 TTS는 이보다 높은 310마력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가 TTS에 좀 더 스포츠카 이미지를 더했다는 것이다. 차별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도입된 두 모델은 모두 북미형을 기반으로 하며 그 차이가 더 줄었다. TTS가 293마력(38.8kg·m)이고 골프 R이 292마력(38.7kg·m)으로 사실상 거의 같다. 국내 자료에 따르면 두 모델 모두 5400~6200rpm에서 최고출력, 1990~5300rpm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 홈페이지 자료에 출력 숫자(292hp, 280ft.lbs)까지 똑같은 것으로 봐서 우리나라 제원의 미세한 차이는 아마 킬로와트(kW)를 마력으로, 뉴턴 미터(Nm)를 kg·m으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수점 환산의 차이 정도다. 하지만 두 모델을 운전하며 느끼는 파워의 감각은 상당히 다르다. 둘 다 2000rpm 이상에서 발목만 까딱하면 언제든지 파워를 만끽할 수 있지만, 300마력의 출력을 여유 있게 다룰 수 있는 골프 R에 비해 TTS는 페달 반응이 훨씬 민감하다. 골프 R이 온순하다면 TTS는 맹렬하다는 느낌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무게의 차이다. 공차중량이 1540킬로그램인 골프 R과 비교하면 TTS는 100킬로그램이 가벼운 1440킬로그램이다. 두 번째는 변속기의 기어비가 다르다. 두 모델 모두 폭스바겐 그룹이 자체 생산한 습식 방식의 듀얼클러치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그러나 1단부터 6단까지 모두 TTS의 감속비가 크다. 특히 가속감과 직결되는 2단과 3단의 차이가 커서 가속력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최종 감속비는 똑같다).

이렇듯, 유럽 모델에 비해 둘의 스펙 차이는 줄었지만 여전히 TTS와 골프 R 사이에는 하드웨어에서 성격까지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골프 R은 빠르고 친절하지만 TTS는 한결 화끈하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측정에서 차이는 0.2초에 불과하지만 운전자의 감각에서 느끼는 차이는 훨씬 크다. 나윤석

 

 

 

핸들링과 네바퀴굴림
차체의 길이와 트레드의 너비, 타이어의 사이즈 같은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TTS와 골프 R은 운전 감각이 확연히 다르다. 같은 할덱스(Haldex)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쓰지만 결과적으로 운전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핸들링은 골프 R이 찌르는 듯한 감각으로 날카롭게 반응하고, TTS가 날렵하면서도 부드럽게 뒤를 따른다. 코너의 입구에서 보면 R은 앞 서스펜션이 단단한 느낌이다. 마치 앞바퀴굴림에 모든 감각을 집중한 것 같다. 따라서 코너에서 뒤를 던지듯이 뛰어들어야 앞에서 끌며 원하는 곳으로 정확히 회전할 수 있다. 골프 R이 네바퀴굴림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은 푸시 언더스티어가 발생할 때다. 핸들링이 둔해지고 갑자기 앞바퀴굴림 같은 경쾌한 감각이 사라진다. 이럴 때는 딱히 방법이 없다. 스티어링휠을 최대로 복원하고 스로틀을 줄이는 수밖에.

반면 TTS는 코너의 입구에서 서스펜션이 무르게 느껴진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순간 차체가 모두 같이 반응하기까지 약간의 유격이 있다. 하지만 막상 코너에 뛰어들면 반응성이 달라진다. 골프처럼 앞머리 중심이 아니라, 네 바퀴를 탄탄하게 이용하는 감각이다. 서스펜션은 노면과 타이어를 제대로 밀착시킨다. 쇼크업소버와 스프링이 버텨야 할 때와 들어가야 할 때를 제대로 안다. 이때 타이어 접지력이 골프보다 훨씬 좋은 것처럼 반응하고, 동시에 믿음직스럽다. 골프는 성능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어서 빠르고, TTS는 믿음직해서 빠르다. 김태영

 

운전의 재미
두 모델이 코너를 다루는 방식도 성격이 분명하게 구분된다. 골프 R은 코너에서 앞바퀴와 뒷바퀴의 균형을 중시하며 코너링의 궤적을 매끈하게 그려내는 방식이다. 코너의 시작보다는 코너링 궤적을 중요시하고, 노면의 감각보다는 차체의 균형에 집중한다. 이에 비해 TTS는 절대적인 접지력을 이용해 코너를 공략한다. 예리하고 직설적인 감각을 이용해 한계에 도전하는 쾌감이 크다. 즉, 민첩한 코너링의 시작에서 접지력 한계로 꾸준히 도전하는 공격적인 코너링이다.

같은 플랫폼에서 시작한 두 모델이 이렇게 전혀 다른 코너링 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차체 설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아우디 TT는 골프 플랫폼에서 휠베이스를 줄여 예리한 코너링 응답성을 추구한다. 골프 R의 휠베이스가 2640밀리미터인 것에 비해 TTS는 거의 200밀리미터나 짧은 2468밀리미터다. 이런 작은 차체에서 180밀리미터는 실로 엄청난 차이다. 따라서 TTS의 코너링이 더 예리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좌우 바퀴 사이의 트레드는 TTS가 골프 R보다 오히려 20밀리미터가량 넓다. 가볍고 낮은 차체 설계로 무게중심도 낮췄다. 여기에 마그네틱 라이드 서스펜션을 더해 골프의 고정식 스포츠 서스펜션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 대응한다. 따라서 코너링 한계까지 차량을 밀어붙이는 데 여러모로 TTS가 유리하다. 운전의 재미가 아드레날린 분출량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 부문에서는 단연 TTS의 우세다. 나윤석

 

 

 

그렇게 내린 결론
구석구석 살펴보면 실제로 둘 다 많은 공이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알루미늄 소재를 많이 사용한 TTS가 더 개선된 구성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저 각자의 성격 차이일 뿐이다. 꼼꼼히 살펴보면 2700만원이라는 가격 차가 날 만했다. TTS가 단순히 비싼 소재와 어려운 공법으로 만들어진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부품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수준 차이가 모여서 결국 훨씬 고급스러운 결과를 만든 것은 확실하다. 그 값어치의 차이가 분명하게 보였다.

둘은 같은 파워트레인을 썼지만 오히려 예산과 세팅의 폭이 좁은 골프가 더 효율적인 결과를 뽑아냈다. 무게가 더 무겁고 출력이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골프의 달리기 성능이 더 만족스럽다. R은 기교를 최대로 줄이고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감각에 충실했다. 물론 그렇다고 운전의 재미가 최고였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재미는 TTS 쪽에서 찾을 수 있다. 좀 더 고급스러운 세팅으로 공들인 결과다. 동시에 다루기 쉽고, 믿음직했다.

골프 R과 완전히 다른 운전 감각을 만들어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골프 R과 아우디 TTS는 전혀 다른 차라고 인정할 만했다. R은 TTS의 아류작이 아니며 TTS 또한 R의 알루미늄 보디 버전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따라서 비슷한 구성에서 완전히 다른 시장을 겨냥한 아주 좋은 사례가 분명했다. 김태영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쓰지만 배기 음색은 사뭇 다르다. TTS는 시프트다운 때 ‘퍼벅’ 하며 공기를 흔들고, R은 ‘뽕’ 하며 공기를 내뿜는다.

 

 

 

AUDI TTS
기본 가격 78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2인승, 2도어 쿠페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293마력, 38.8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440kg 휠베이스 2468mm 길이×너비×높이 4200×1840×1355mm 복합연비 9.7km/ℓ CO₂ 배출량 181g/km

 

VOLKSWAGEN GOLF R
기본 가격 51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292마력, 38.7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540kg 길이×너비×높이 4255×1800×1450mm 휠베이스 2640mm 복합연비 9.9km/ℓ CO₂ 배출량179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