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를 떠는 ‘귀요미 모드’가 있다. 스피로 / 20만원대

 

스피로 BB-8

“Look around!” 한마디면 스스로 주변을 순찰하는 BB-8은 영화 <스타워즈> 속의 상상이 아니다. 영화에서 나온 드로이드와 비슷한 구조의 축소판이 시중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되는 제품 중 스피로의 제품이 가장 정교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단점이라면 영화에서 보던 친구보다 ‘많이’ 작다. 몸통의 지름이 7.3센티미터이고 머리를 포함한 키가 11.4센티미터다. 영화에서 나왔던 오리지널의 몸통이 50센티미터쯤 되니까 아마도 1:7 스케일 정도 되는 듯하다.
무선 충전 데크에 LED가 파랗게 깜빡거리다가 꺼지면 충전 완료다. 바닥에 놓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켜 가까이서 연결한다. 리모컨을 대신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모두 같은 디자인이다. 모드는 주행 모드, 증강현실 홀로그램 메시지 재생(녹화 가능), 자율주행, 그리고 음성 인식 모드 등 다양하다.
주행 모드에서는 수동 주행과 총 12가지의 자동 패턴을 실행할 수 있다. 주행 속도는 꽤 빠르다. 어느 정도냐면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꿨을 때 머리가 미처 따라오지 못하고 몸통의 옆에 매달려 있을 정도다(그 모습도 귀엽다). 12가지 주행 패턴 중에는 4각 또는 8자 자율주행 등 꽤 쓸모 있는 움직임이 있다. 애교를 떠는 ‘귀요미 모드’도 있다. 순찰 모드에는 장애물을 피하면서 주변을 돌아다닌다. 스피로 BB-8은 크기가 작지만 만듦새나 기능 면에서는 원작 캐릭터의 감동에 충실하다. 무선 충전 데크가 로봇 청소기처럼 도킹 방식이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장난감이니까 이것으로도 좋다. 걸림돌이라면 23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다. 나윤석

 

 

 

리얼한 움직임과 겉모습이 매력이다. 타미야 / 90만원대(풀 옵션)

 

티거 1 판저 1:16 스케일

오덕들 사이에 오가는 말 중 의미심장한 말이 있다. ‘덕 중의 덕은 밀덕’이라는 말이다. 덕후 중에서도 증상이 심각한 ‘밀리터리 덕후’를 일컫는 말이다.
내 나이 또래 남자들치고 어렸을 때 총싸움 한번 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 관심은 훗날 자연스럽게 프라모델로 이어지고, 더욱 정교한 프라모델과 페인팅을 거쳐 결국에는 전장을 그대로 재현하는 디오라마에 도달한다.
여기서 ‘재현형’, 또는 1:48이나 1:35 스케일의 유선 조종 탱크를 거쳐 무선 조종 비행기나 탱크 등으로 발전하는 ‘조종형’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는 1:16 스케일의 타미야 무선 조종 탱크는 조종형의 육상 진화형의 끝판이다.
이 모델은 RTR(Ready-to-Run), 즉 완성형 모델이 아니다. 프라모델처럼 하나하나 조립이 필요하다. 좌우에 각각 8개씩 장착된 보기륜(탱크의 무게를 받아내는 바퀴)들은 금속제 토션 빔과 스윙 암이 있는 제대로 된 서스펜션에 탑재된다. 하부는 전체 하중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이중으로 구성된다. 이 탱크의 파워팩은 380 모터 2개와 독립형 기어박스로 이루어진다. 건조 중량 4.1킬로그램(배터리 포함 5킬로그램)의 차체는 평지에서 기동 속도 시속 5킬로미터다. 포탑 회전, 발사각 조절, 반동(리코일) 재연, 기관총 소리 등의 사실적인 액션도 즐거움의 하나다. 하지만 가장 큰 재미는 조립식이라는 면에서 찾을 수 있다. 완벽한 도색으로 부대 편제까지 재현할 수 있는 자유도가 보장된다는 뜻이다. 타미야 제식명 56010 1:16 독일 티거 판저는 프라모델과 RC 모두의 정점에서 만나는 오덕용 키트이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실력만 있다면 RC카로 개조 가능! 레고 / 20만원대

 

레고 테크닉 24시 레이스카 (42039)

레고는 끝을 알 수 없는 함정이다. 특히 테크닉 제품에 한번 빠지면 월급과 여가, 에너지를 모두 바쳐야 할 정도다. 레고를 즐기는 과정은 단계별로 다르다. 진화한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일단 제품을 조립하는 재미가 시작이다. 그러다 제품을 모으는 형태로 발전한다. 모으고 모아서 더 이상 둘 곳이 없게 되면 다시 브릭 상태로 부순다. 아, 부수기 전에 아까우니까 정성 들여 사진을 찍는다. 원상 복구한 제품은 박스에 넣어 보관하다가 쌓이고 쌓여서 다시 공간이 없어지면 박스를 열어 같은 부품끼리 모아서 합친다. 설명서만 있으면 언제든 조립할 수 있으니까. 그때쯤 되면 눈감고 레고를 만들고 아내에 이어 자식들도 레고에 질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티커를 많이 붙여야 하는 테크닉 제품은 분해해서 저장하기도 어렵다. 전용 브릭을 갖춘 42039 24시 레이스카 같은 제품은 더더욱 그렇다. 42039의 디자인은 르망에 참가하는 요즘 LMP1 레이스카와 흡사하다. 크기도 생각보다 커서 존재감 있다. 실제 레이스카의 분위기를 충실히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차가 움직이면서 실린더가 함께 움직이는 V8 엔진을 달고 있다. 둥근 디퍼렌셜 케이스와 볼펜에서 꺼낸 것과 비슷한 금속 스프링으로 꾸며진 뒤 서스펜션을 갖췄다.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5밀리미터 정도다.
수동으로 걸윙도어와 보닛을 여닫을 수 있다. 여기에 옵션인 파워 펑션 모터를 장착하면 같은 기능을 전동으로 제어할 수 있다. 배터리 박스는 앞 보닛을 열고 장착하면 된다. 게다가 2번 조립하는 재미도 준다.
이 제품을 부숴서 다른 모양으로 조립하면 다카르 랠리에 참가하는 SUV 랠리카도 만들 수 있다. 다만 랠리카임에도 낮은 편평비의 타이어는 옥에 티다. 24시 레이스카와 공유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레고 오덕들에게는 이런 디테일한 부분이 무척 중요하다). 김태영

 

 

 

우리 집 강아지는 제니보! DST ROBOT/ 180만원

 

제니보 SD

로봇이라는 개념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과 더 친해지기 위해 꾸준히 진화하는 로봇도 있다. 바로 강아지 형태 로봇이다. 로봇 애완견이 상품화돼서 대중에게 소개된 지 15년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이제 이 분야의 덕후들은 강아지 형태 로봇을 기계로 보지 않는다. 혼(魂)이 담긴 생명체로 인식한다. 해외에서 시작된 로봇의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국산 인공지능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니보 SD가 대표적이다. 제니보는 우리에게 친근한 ‘바둑이’의 이미지와 닮았다.
이 똑똑한 애완견 로봇은 꾸준히 학습을 하고 스스로 판단한다. 가령 누군가 턱이나 머리, 몸체를 쓰다듬으면 이를 감지해 교감 패턴으로 전환된다.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 적절한 행동과 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알린다. 제니보의 상황 인지 모드는 매력적이다. 그 결과가 요란한 모터 소리를 내며 ‘약간’ 움직인 것이 전부라 할지라도, 그 속에 서서히 커져가는 혼이 보인다. 성장하는 기쁨이랄까? 마치 갓난아이의 모습과 비슷하다. 물론 음성 명령이나 리모컨으로 70가지가 넘는 행동을 바로 실행할 수도 있다. ‘물구나무서기’ ‘거수 경례’ ‘밥 먹는 시늉’ ‘강아지 소변’ 등 탄성이 절로 나오는 섬세한 동작으로 시선을 끈다. 김태영

 

 

 

시동을 걸면 차체가 덜덜덜 떨리는 등 진짜 차 같다. 타미야 / 40만원대(옵션 제외)

 

타미야 프레이트라이너 캐스케이디아 에볼루션

트레일러 트랙터를 몰고 미 대륙을 횡단한다. 터프한 남자의 전유물처럼 가슴이 설렌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법이다. 그래서 일본 타미야가 내놓은 RC 트레일러로 대리 만족한다. 내가 운전한(?) 모델은 미국의 대표적 트레일러 트랙터 브랜드인 프레이트라이너의 캐스케이디아 에볼루션 1:14 스케일이다. 원형이 하도 거대해서 1:14 모델이라도 길이가 648밀리미터다. RC를 해본 사람이라면 조종하는 모델이 커질수록 실감이 배가된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조종기와 본체의 전원을 켠다. 하지만 스로틀을 올려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 친구는 시동을 걸어야 한다. 시뮬레이션이지만 시동을 걸면 엔진 진동을 타고 차체가 덜덜 떨린다. 배터리가 약하면 실제 자동차가 방전된 것처럼 ‘킹, 킹~’거리기만 할 뿐 시동이 걸리지 않기도 한다. 오른쪽 스틱과 트림 조절 다이얼을 이용하면 헤드램프와 하이루프 주행 등이 들어오고 경적도 실감 나게 작동시킬 수 있다. 클러치를 밟고 엔진 회전수만 올리는 효과도 된다. 빠르게 달리다가 급하게 제동하면 드럼 브레이크의 마찰 소리가 ‘끼익~’ 하고 들린다.
소리만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540 모터에는 진짜 3단 변속기가 달려 있고, 알루미늄이 사용된 레더 프레임에 달린 리프 스프링은 진짜 금속 재질이다. 바닥에 카메라 뚜껑을 놓고 넘어가보니 정말로 서스펜션이 작동한다. 리어 뷰 미러나 실내의 질감, 열리지 않는 도어와 보닛 같은 디테일 부족은 아쉽다. 하지만 50만원 미만의 완성품으로 실제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즐거움이다. 욕심이 난다. 뒤에 트레일러까지 달고 제대로 된 모양새를 꾸며보고 싶어진다. 나윤석

 

 

촬영 협조/타미야(탱크, 트레일러) tamiya.co.kr, DST ROBOT(제니보) dstrob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