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120d M Sport

차를 산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이 녀석에 대해 잘 모른다. 한겨울에 출고한 탓에 조심스럽게 출퇴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 차를 왜 샀는가? 굽이치는 산길을 마음껏 달리기 위함이 아니던가!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기온이 높아지면서 다시 스포츠 타이어를 장착했다. 그리고 와인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유명한 산’으로 향했다. ‘유명한 산’은 속도가 높은 코스가 많다. 초반에는 블라인드 코너가 많고 중간부터 헤어핀 코너가 많다. 그리고 긴 직선과 시케인 구간이 연속된다. 이전에 뒷바퀴굴림 자동차는 어느 정도 타봤지만, 고성능 세단이나 쿠페가 전부였다. 해치백 형태 뒷바퀴굴림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120d의 디자인은 다른 해치백과는 달리 보닛이 길고 앞뒤 오버행이 짧다. 엔진 출력은 184마력(38.7kg·m). 동급 2.0리터 디젤과 비교하면 우수하다. 그런 수치의 특성은 실제로도 느껴진다. 가속페달에 따라 예리하게 응답한다. 순정 옵션으로 달린 M 스포츠 브레이크는 초기 반응이 빠르고 꾸준하다. 브레이크가 먹통이 되는 페이드 현상도 늦은 시점에서 발생했다. 120d는 런플랫 타이어를 기본 장착하고 출고한다. 런플랫은 타이어가 펑크 나도 시속 80킬로미터로 최대 50킬로미터 주행이 가능하다. 사이드월에 보강재를 더한 구조라 일반 타이어와는 다르게 구멍이 나도 일정 거리의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무겁다. 차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런 요소 때문이다.

한 바퀴, 두 바퀴 산을 돌아보고 어떤 성격인지 대충 파악이 끝났다. 디젤 엔진이라 앞머리는 무겁고 트렁크가 없는 해치백이라 뒤가 가볍다. 따라서 코너가 깊어지면 엉덩이가 살짝 날아간다. 런플랫 타이어는 코너에서 무게가 실리면 한계점이 얼마나 남았는지 소리로는 알 수 없다. 접지력 한계까지 꾹 참고 있다가 날아가면서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이전에 내가 알던 BMW의 느낌은 섀시 코드 네임이 ‘E’에서 ‘F’로 넘어오면서 많이 사라졌다. 날카로운 핸들링과 묵직한 하체의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무른’ 느낌이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내 마음에 쏙 들기 위해서 차의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까? 고민에 빠진다.

게다가 요즘은 차의 단점과 부족한 옵션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패들시프트는 왜 빠졌으며, 스피커 음질은 왜 이렇게 형편없는지 불만이다. 사이드미러도 광각이 아니라 차선 변경할 때 숄더 체크(머리를 어깨까지 돌려 빠르게 주변을 파악하는 행동)를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본격적으로 돈을 달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인에게 정보를 구걸하자 ‘이베이’라는 신세계를 알려준다. 오 마이 갓! 이런 세계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단순히 전자용품이나 구매하는 줄 알았는데 자동차용품과 튜닝 부품의 천국이다. 미러를 광각으로 바꾸고 스피커를 손볼 예정이다. 드디어 지갑이 열리기 시작한다.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가격 467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2.0ℓ 터보 디젤, 184마력, 38.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365kg 휠베이스 2690mm 길이×너비×높이 4324×1765×1421mm
연비(통합) 18.5km/ℓ CO₂ 배출량 103g/km
구입 시기 2015년 2월 총 주행거리 4만9457km 평균연비 13.1km/ℓ 월 주행거리 1000km
문제 발생 디퍼렌셜 리테이너 누유, DPF 소음 발생 점검항목 휠 교체 한 달 유지비 40만원(유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