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JCW
슈퍼히어로는 크게 두 종류다. 엄청난 재력을 가진 배트맨이나 아이언맨, 외계인(슈퍼맨), 신(토르), 돌연변이(울버린 등)처럼 처음부터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류가 첫 번째다. 반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지만(혹은 열등했지만) 우연히 슈퍼히어로가 된 경우도 있다. 스파이더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선호한다. 자고로 바닥에서 위로 올라갈 때가 더 감동적이니까. 요즘 자동차로 얘기하면 핫해치들이 그렇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 작은 엔진을 얹고 더 비싸고 출력이 높은 이들을 이길 때 쾌감을 느낀다. 500마력짜리 차를 타고 200마력짜리 차를 이기는 것은 어린애 손목 비틀기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진심으로 승리를 만끽할 수 있지 않겠는가.

1.3리터 엔진에 수동기어를 얹은 오리지널 미니부터 신형인 3세대까지, 내 머릿속에 굳건한 이미지로 자리 잡은 것이 ‘작고 빠른 차’다. 미니는 차체 구석으로 바짝 밀려난 바퀴와 이를 받쳐주는 탄탄한 서스펜션을 가졌다. 좁은 공간의 앞머리에 4기통 엔진을 구겨넣고 앙칼진 반응을 선사한다. 가속페달에 따라 달라지는 꽁무니의 움직임 덕에 모델과 세대에 상관없이 언제나 빠르고 재미있는 차였다.

미니 중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JCW는 이런 느낌이 도드라진다. 크기가 이전보다 커졌어도 공차중량은 1300킬로그램이 채 되지 않는다. 1250~4800rpm의 넓은 영역에서 나오는 토크(32.6kg·m)와 231마력의 출력은 차고 넘친다. 격한 다운시프트에도 빠르게 반응하는 6단 스텝트로닉 기어 덕에 모든 상황에서 즐거운 가속과 감속이 이어진다. 체중 합계 25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성인 남자 세 명을 싣고도 날쌘 달리기를 어렵지 않게 해낸다. 적당한 엔진과 배기는 딱 기분 좋은 소리로 자극만 남긴다.

반면 생각보다 말랑해진 서스펜션은 아쉽다. 코너가 연속된 코스에서 조금 더 단단했으면 싶은 순간이 종종 있다. 탄탄한 기본기와 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DTC)이 최고의 앞바퀴굴림 핸들링 성능을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뭔가 한 꺼풀 씌워진 듯하다. 예리한 무사의 칼을 기대하고 뽑았더니 약간은 평범한 단검이 나온 기분이랄까? 한편으로는 과도한 전자장비의 개입으로 인위적인 핸들링 성능을 만들어내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니 JCW를 타면서 슈퍼히어로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충분히 받았다. 충분한 출력과 우수한 달리기 성능, 과감한 디자인, 첨단의 인터페이스까지…. 이만한 선택은 없다. 40대 중반의 나에겐 짙은 꾸밈새의 화려한 실내가 부담스럽지만, 이제 히어로 수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분명 매력 만점일 것이다. 슈퍼히어로에 처음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기본 가격 48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4인승, 3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231마력, 32.6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295kg 길이×너비×높이 3874×1727×1414mm 휠베이스 2495mm 복합연비 11.9km/ℓ CO₂ 배출량 146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