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차는 많다. 우리나라 도로에 수입차가 많아졌다지만 종류는 많지 않다. 외국에 가면 도로 위의 다양한 차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리나라도 이제 BMW와 벤츠, 아우디는 흔하다. 자신만의 개성과 희소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전자들은 언제나 극소수의 차를 찾는다. 없으면 들여오면 된다.

자동차를 직수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입 대행사를 이용하거나 개인이 직접 하면 된다. 당연히 대행사를 이용하면 편하지만 수수료를 내야 하고, 직접 하면 수수료는 아낄 수 있지만 수명이 단축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챙겨야 할 서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데다 일반인이라면 모두 처음 듣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가끔 일부 인기 있는 모델은 대행사가 미리 들여와서 팔기도 한다. 비용은 조금 더 올라간다. 운이 좋다면 중고차 사이트에서 신차급의 중고차를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도 있다. 일본산이든 미국산이든 유럽산이든 국가별 특징은 있지만 수입하는 절차는 모두 똑같다. 대행사가 하든 개인이 하든 마찬가지다.

일본차를 수입한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수입하려는 차를 결정한다. 중고차를 살지, 신차를 살지 결정한다. 일본 오토옥션에 참여해 차를 낙찰받는다. 낙찰받은 차는 가까운 일본 부둣가로 옮겨 실내 창고에 보관된다. 신차라면 먼저 현지에서 신차 등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수출 말소 절차를 밟는다. 말소가 완료되면 차는 바로 부산항으로 옮겨진다. 입항과 함께 책임 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부산항에서는 하역과 통관, 세관 절차가 이뤄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도로를 달리 려면 멀었다. 차는 부산항을 떠나 내륙으로 다시 운송된다. 이어서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자동차 형식 승인, 배출가스 검사, 소음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후 신규 검사를 받고 신규 등록을 하면 끝이다. 각 단계의 절차마다 비용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하쓰 코펜이나 스즈키 허슬러 같은 경차는 일본에서 한화로 1500만원대다. 하지만 한국에서 직수입하면 세금과 운송료 등 여러 부대 비용과 수수료를 합해 700만~1000만원 더 비싸다”고 말했다. 시간 또한 몇 개월 걸린다. 

그렇다고 모든 차를 수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행된 자동차 안전기준에 따라 갖춰야 할 요소가 늘었다. 승용차에 한해 타이어 공기압 경고 장치(TPMS), 바퀴잠김방지식 주제동장치(ABS), 제동력 지원장치(BAS), 자동차 안정성 제어장치(ESC)가 없으면 자기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즉 수입은 가능해도 도로 위를 달릴 수는 없다. 이에 앞서 2009년 OBD II 시스템을 표준화하면서 한때 몇몇 일본차가 수입이 금지된 적이 있었다. 당시 일본은 OBD II가 의무 항목이 아니었다. OBD II는 스티어링휠 하단에 장착되어 자동차의 상태와 정보를 수집하는 장치다.

정식 AS도 어렵다. 공식 수입원에서 차를 사면 일정 기간 혹은 주행거리에 따른 무상 보증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수입한 차는 공식 서비스 센터에 가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차주가 일일이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차를 직접 수입해서 타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부품을 직접 구입해서 고쳐 타는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가끔 “나 같으면 그 돈으로 다른 차를 사겠다” 라고 핀잔을 놓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복잡한 절차와 비싼 비용 그리고 오랜 시간을 들여 얻은 차 키는 그 사람 만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열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