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SCHE CAYENNE S E-HYBRID
친환경과 차세대 에너지. 언제부턴가 이 두 단어가 자동차 시장의 절대적인 가치가 됐다. 지금 생산되고 있는 모든 자동차는 두 단어가 주는 무게에 억눌렸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처사다. 그래서 자동차가 가진 본래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단 한 방울의 기름을 아끼고 1그램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성능을 제한하고 속도를 줄이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가 굴러가는 데 필요치 않은 엄청난 무게의 축전지와 전기모터를 달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무게를 줄여 친환경에 대비하는데, 반대쪽에서는 이런 식으로 무게를 늘려 친환경에 대응한다. 지금은 무엇이 맞는 것이고 무엇이 그른 방식인지 적절하고 적당한 기준이 없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다. 규정과 규율에 대응하는 방식과 방법도 너무 다양하다. 복잡함을 넘어 난잡하기까지 하다. 아마도 지금이 차세대 에너지로 가는 과도기의 최정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눈앞에 있는, 녹색으로 친환경차임을 강조한 포르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도 난세에 태어난 걸 입증이라도 하듯 아주 복잡한 기술이 들어갔다. 주유구가 두 개다. 오른쪽은 휘발유, 왼쪽은 전기 콘센트를 꽂는 자리다. 주유소 알바생이 놀라는 표정이 자꾸 연상된다.

콘센트에 꽂아 트렁크 밑바닥에 깔린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완전히 충전하는 데 가정용 전기로 약 3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18~36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최고로 낼 수 있는 속도는 시속 125킬로미터다. 스펙만 보면 전기만으로 충분히 출퇴근이 가능하다. 주말에는 엔진까지 돌려 주행거리를 훨씬 늘릴 수 있다. 아주 훌륭하고 이상적이다. 물론 집이나 회사에서 충전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집과 회사에서 충전이 자유롭다면 포르쉐에서 가장 진일보한 기술이 들어간 차를 탈 수 있다. 이 최첨단 기술들은 정말 놀랍고 한편으로는 아주 낯설다. 자동차 계기반에 속도계가 없다. 속도계가 있어야 할 곳에는 E 파워시스템 게이지가 자리했다. 속도는 가운데 타코미터 밑에 작게 디지털 숫자로 표시된다. 가운데 가장 크게 자리한 타코미터는 없애도 될 것 같은데, 이게 포르쉐의 자존심인가 보다.

전기모드로만 움직일 때는 약간 소름 돋는다. 이렇게 큰 차가 아무런 소음과 진동 없이 움직이는 것이 놀랍고, 그 주행질감도 약간 이질적이다. 또 동력계와 주고받는 피드백이 전혀 없으니 내가 온전히 차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이 적다. 그래도 뿌듯함은 있다. 기름 한 방울 쓰지 않았으니 주머니 사정이 나아질 것이고 조금이나마 환경친화적인 사람이 된 것도 같다. 약간의 답답함도 없지는 않다. 출력으로 환산하면 95마력으로만 2425킬로그램의 차를 움직이는 것이니 그 느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답답하면 센터스택의 버튼을 눌러 엔진을 돌리면 된다. 시종일관 0을 가리키던 타코미터 녹색 바늘이 움직이며 엔진 진동이 느껴지자 뭔가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 것 같다. 전기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노라면 자꾸 조바심이 생겼고 염통이 오그라드는 압박감도 느꼈다.

차체 움직임은 일반적인 카이엔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느낌이 약간 다르다. 승차감이 더 진중하고 무겁다. 엔진 반응은 빠른데 차는 빠른 것 같지 않은 느낌.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5.9초에 달리니 이 SUV는 결코 느리지 않다. 두 개의 부스터(슈퍼차저, 전기모터)가 처음부터 최대토크를 뽑아내는 덕분이다. 하지만 뒤쪽에 배터리팩과 쿨링 시스템 등이 들어가면서 차체 무게가 270킬로그램 정도 늘어났으니 그에 따라 주행질감에도 변화가 생겼다. 경쾌한 맛이 없다. 물론 승차감은 아주 훌륭하다. 노즈가 주억거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코너에서 차를 던지기 부담스럽다. 좌우로의 무게 이동 리듬이 한 박자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1 포르쉐 E-하이브리드는 총 다섯 개의 주행모드가 있다. 전기, 엔진 부스트, 에너지 회생, 타력주행이다.

포르쉐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이엔은 전기모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순수 전기만 사용할 수도 있고 연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하며 때에 따라서는 부스터 역할도 한다. 이 모든 걸 운전자가 결정해 적극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이 차는 단순히 친환경만을 메리트로 내세운 친환경차가 아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모터와 배터리, 엔진을 컨트롤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참 포르쉐다운 발상이다.

그렇다면 이 차를 사야 하나? 가격(1억1660만원)과 출력(420마력)이 비슷한 카이엔 S(3.6리터 V8 트윈터보)는 코드를 꽂을 필요 없고 충전을 기다릴 필요도 없으며, 엄청난 무게의 배터리도 없다. 물론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한전에 신청서를 제출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염통이 오그라드는 압박감도 없다. 이미 훌륭한 카이엔이 있는데 전기차로 가는 과도기적 산물의 테스터가 될 필요가 있을까? 글•이진우

 

기본 가격 1억14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V6 3.0ℓ DOHC 슈퍼차저+모터, 416마력(시스템), 60.1kg·m(시스템)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425kg 휠베이스 2895mm 길이×너비×높이 4855×1939×1705mm 복합연비 9.4km/ℓ CO₂ 배출량 188g/km

 

 

1 지금 꼭 PHEV를 타야 해?
포르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와 골프 GTE를 시승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타보지 못했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갑자기 내 인생에 뛰어들었다. 전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엔진 구동 시간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기술 발전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이 차는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가솔린 엔진을 돌린다. 그렇게 배터리를 충전하면 다시 엔진을 멈춘다. 물론 엔진의 주요 목적은 구동이다. 그럼 그냥 구동하면 되는 거 아닌가? 왜 전기모드로 고작 15~30킬로미터 더 가자고 그 무거운 축전지를 트렁크 바닥에 깔고 바퀴에 전기모터를 달아야 했을까?

물론 ‘이 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집과 회사에서 충전하면 전기모드만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론적으로는 아주 훌륭하고 이상적이다. 그런데 현실은 아주 다르다. 지금은 이 차를 충전할 곳이 많지 않다(거의 없다). 서울시민의 절대다수는 아파트, 빌라 등 다세대주택에서 산다. 이들이 밤에 지하주차장에서 콘센트를 꽂아놓고 아침에 코드를 뽑아 출근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아파트 주차장은 공용 전기다. 내 차만을 위해 허락된 공간도 아니고 나만을 위한 전기도 아니다. 그럼 회사에서 충전한다? 글쎄, 회사 전기를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회사원이 몇이나 될까? 쇼핑센터, 공용 주차장 등 공용 충전소가 (아주 느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차를 충전하기 위해 매번 그곳까지 가서 차를 세우고 충전을 할까? 완전히 충전될 때(2.5~4시간)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집에 다녀올까? 충전이 끝나면 충전 이용료뿐만 아니라 주차비도 내야 한다. 또 집으로 오면서 배터리 충전량은 준다. 이건 정말 이중 삼중으로 불편하다. 물론 개인 주택에서 산다면 내 마음대로 차를 충전할 수 있으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용 환경이 훨씬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 집에 있는 일반 콘센트에 꽂아 쓰는 건 손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산업용 전기(콘센트 모양이 다르다)를 쓸 수 있다. 그래서 전기료가 비싼 가정용 전기가 아닌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데, 이를 위해 한전에 산업용 전기 사용 신청서를 제출하고 충전거치대를 설치해야 한다.

지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누가 지구를 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내가”라고 답할 수 있는 부자들이 선택하는 차다. 차를 콘센트에 꽂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 노력하는 환경운동가라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어울릴 수도 있다. 그런데 전기로만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한정돼 있고 엔진으로 움직일 때는 축전지 무게 때문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지도 모른다. 더불어 그들이 사용한 전기도 그다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다.

‘내가 지구를 구할 것’이라는 대의명분보다는 실리적 가치를 생각해보자. 더 비싼 돈을 주고 더 무거운 차를 사서 더 많은 발품을 팔고 더 많이 신경 써야 하는 것이 과연 스마트한 소비인지를. 그리고 지금 생산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가 오롯이 소비자들의 실리적인 이익을 위한 생산이라 볼 수 있을까? 평균 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맞추기 위한 제조사의 방편 아닌가?

지금은 전기차 시대로 가는 과도기에 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그 과도기적 산물이다. 과도라는 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고, 제조사가 완벽으로 가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돈을 주고 그 과정에 동참할 이유는 없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석유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싶다면 지금 타는 내연기관차의 운행 횟수를 줄이고 연비주행을 하는 게 실질적인 친환경 실천이다. 글•이진우

 

 

 

메르세데스 벤츠 C 350 e를 잘 사용하려면 주행모드부터 파악해야 한다. 변속기는 E(에코)부터 S+(스포츠 플러스)까지 5개, 시스템은 E 모드부터 차지(Charge) 모드까지 4개다.

 

MERCEDES-BENZ C 350 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술의 기본 개념은 독일과 미국과 아시아가 다르지 않다. 하지만 PHEV를 대하는 태도는 차이가 크다. 쉐보레 볼트로 대표되는 미국의 PHEV가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연장하는 데 집중한다면, 토요타 프리우스 PHEV의 일본은 기존 하이브리드카의 EV 성능 보강에 매달린다. EV 주행거리부터 다르다. 2세대 볼트는 최대 80킬로미터까지는 엔진을 쓰지 않고 달리지만 프리우스 PHEV의 EV 주행거리는 미국 연비측정 기준 18킬로미터에 그친다. 독일은 이들 사이에 있다. 순수 전기차와 기존 내연기관차가 공평하게 존재하는 자동차를 지향한다(PHEV 스포츠카는 예외로 하자). EV 주행가능거리도 30~50킬로미터로 미국과 일본의 중간 수준이다. 지난 3월부터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한 메르세데스 벤츠 C 350 e로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보자. 이 차는 211마력을 내는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과 80마력의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변속기는 재래식 7단 자동이지만 토크컨버터 대신 습식 클러치가 엔진과 모터 사이 연결을 잇고 끊는다. 겉모습도 일반적인 C 클래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라면 배터리 충전을 위한 소켓이 뒤 범퍼에 마련돼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조금도 복잡하지 않다는 벤츠의 설명과 달리 이 차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주행 모드가 존재한다.
먼저 변속기는 E(에코)부터 C(컴포트), S(스포트), S+(스포트 플러스), 인디비주얼까지 5가지 모드가 있다. E 모드에서는 타력 주행거리를 최대한으로 하기 위해 회생제동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S와 S+ 모드일 때는 엔진이 항상 돌아간다. 이 밖에도 변속 타이밍과 섀시 성격 등이 달라지는데 이것저것 따져가며 운전하는 게 성가시다면 엔진과 모터를 쥐어짜 알아서 힘도 내고 연료도 아끼는 C 모드만 기억하면 된다. 하지만 C 350 e 운전자가 기억해야 할 건 변속기의 C 모드뿐만 아니다. 리터당 47.6킬로미터(유럽 복합연비)의 고효율과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5.9초라는 후련한 성능 같은 이율배반의 재능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4가지 주행 모드도 숙지해야 한다. E 모드는 쉽다. 전기모터만으로 달린다. 하이브리드 모드도 간단하다. 주행 상황과 경로에 따라 차가 알아서 효율이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E 세이브(E-Save) 모드와 차지(Charge) 모드는 도심에서의 EV 주행을 대비하기 위한 설정이다. 차지 모드는 말 그대로 배터리를 강제 충전하는 상황이다. 엔진은 구동과 함께 배터리 충전을 위해 항상 돌아가고 자연스럽게 연료소모량도 늘어난다. EV 주행은 아예 차단된다. E 세이브 모드는 현재의 배터리 충전 상태를 유지하려 애쓴다. EV 주행, 모터가 엔진에 힘을 보태는 부스트 기능은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 기능한다.
왜 운전자가 배터리의 충전 상태까지 직접 챙겨가며 운전해야 하지? 이 차를 보통의 하이브리드카로 받아들이면 이런 생각을 갖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C 350 e는 배터리 충전 상태만 적절하게 유지하면 평생 전기자동차만으로도 쓸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전기자동차는 배터리가 가득 충전돼 있어야 제 기능을 한다. 모터가 적극적으로 쓰이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할 때는 배터리가 완충되기 어렵다. 강제 충전이 필수라는 얘기다. C 350 e의 EV 주행은 꽤 자연스럽다. 모터의 즉각적인 반응이 시내 주행을 손쉽게 하고, 배터리 힘만으로 고속도로 주행도 무난하게 해치운다(EV 주행 최대속도는 시속 130킬로미터, 주행가능거리는 31킬로미터). 지금 당장 타기에 무리 없는 차지만, 핸들링이 다소 무디고 EV 주행 때 스티어링이 눈에 띄게 가벼워지는 등 시간을 들여 가다듬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글•김형준
 

기본 가격 미정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모터, 275마력(시스템), 61.2kg·m(시스템) 변속기 7단 자동 공차중량 1705kg 휠베이스 2631mm 길이×너비×높이 4700×1810×1445mm 복합연비 47.6km/ℓ(유럽 기준) CO₂ 배출량 48g/km(유럽 기준)

 

 

2 지금 꼭 PHEV를 타야 해!
엔진-모터 하이브리드(HEV) 시장은 여전히 성장이 더디고, 순수 전기자동차는 인프라 확충은 물론 시장 인식과 소비자 성향의 변화라는 숙제 해결이 먼저다.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주목받는 큰 이유다. 기존 HEV에서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을 보조하는 데 그쳤다면 PHEV는 순수 전기차로서도 충분히 기능한다. 플러그인(Plug-in)이라는 수식이 말해주듯 외부에서 전력을 끌어오거나 자가발전해 충전할 수 있는 대용량 배터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PHEV는 쓰임새에 따라서는 라이프사이클 내내 순수 전기자동차처럼 운용될 수 있다. 물론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서는 일평생 평범한(?)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쓰이는 일도 가능하겠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여느 순수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가 방전돼 도로 한복판에서 멈춰 설지 모른다는 불안 따위는 완전히 잊어도 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 소개된 PHEV 모델들은 유럽에선 당장 만날 수 있는 미래지만 우리에겐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다. 그래도 아주 멀지는 않다.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로 인프라의 부족을 드는 목소리가 크지만 PHEV는 인프라부터 제품 보급과 정책 마련까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더딘 한국 자동차산업에 어떤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야말로 전기차가 절실하지만 실상 서울의 수많은 아파트 단지에 개인용 충전 설비를 두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충전은 물론 자가발전도 가능한 PHEV는 이런 문제에서 조금은 자유롭다. 주행 중에 배터리를 강제로 충전하는 GTE의 배터리 차지나 C 350e의 차지 모드가 완벽한 예다. 퇴근하는 동안 이 기능을 잘 활용하면 이튿날 출근 때 EV 주행에 충분한 전력을 비축해둘 수 있다. 별도의 충전 설비가 마련되지 않아도 전기자동차로 당장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용자에만 국한된 혜택이 아니다. 정부로서도 PHEV 보급으로 전기 충전 인프라와 정책을 마련하기에 충분한 유예기간을 얻을 수 있다. 지금 PHEV가 필요하다고 강변하는 까닭이다. 글•김형준

 

 

 

AUDI A3 E-TRON
A3 e트론은 무수한 고민과 노력에서 나온 결과물이 분명하다. 아우디는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단지 기술만으로 완성하려고 하지 않았다. ‘프리미엄 교통수단’이라는 나름대로 기준에 적합하길 바랐다. 이런 관점에서 순수 전기차는 당장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하이브리드는 고객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더 나은 성능과 효율을 바탕으로 주행거리를 현실적으로 늘리고, 동시에 충전 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여야 했다. 결국 기술의 도약이 요구됐다. A3 e트론이 그 시점에서 태어났다.

e트론은 ‘전기차+거리 연장’ 기술에서 시작해 가능성을 발전시켰다. A3 e트론이 하이브리드 그 이상의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이 차는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얹은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전기차에 거리 연장 기술을 추가한 형태다. 현실적인 전기차라고 보는 게 맞다. 외부 충전이 가능한 PHEV를 선택한 것도 전기차에 더 많이 비중을 두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A3 e트론의 핵심 시스템은 1.4리터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6단 듀얼클러치의 결합이다. 전기모터는 출발과 동시에 33.6kg·m를 뿜어낸다(최고출력 102마력). 이 모터는 듀얼매스 플라이휠과 새로 개발한 KO 커플러 사이에서 두 동력을 변속기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발전기뿐 아니라 시동모터의 역할도 맡기에 부피를 최소화하는 데 이점이 있다. 모터와 연결된 파나소닉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뒷좌석과 트렁크 아래에 위치한다. 덕분에 연료통은 10리터, 트렁크 하부는 100리터가량이 줄었다. 그러나 실내 공간에 희생은 없었다. 3명이 앉을 뒷좌석을 확보하고, 뒷좌석을 접을 때 최대 1100리터 이상 적재 공간을 갖춘다. 골프 GTE를 경험하고 A3 e트론을 타면 PHEV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다. 사실상 같은 지붕에서 나와서 비슷하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 골프가 성능을 쥐어짜며 요란하게 실력을 발휘하는 느낌이라면, 아우디는 한결 여유가 있다. 모드 전환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특히 전기 주행 모드(EV)에서 그런 성향이 도드라진다.

 

 

 

아우디 A3 e트론은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얹은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전기차에 거리 연장 기술을 추가한 형태다. ‘프리미엄 교통수단’이란 기준에 맞게 여유롭고 매끄러우며 자연스럽다.

A3 e트론의 EV 모드는 부족함을 찾기 어렵다. 전기모터만으로 최고 시속 130킬로미터까지 달리고 배터리 완충 상태에서는 최대 50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다. 가속력은 의외로 경쾌하다. 초반부터 강하게 차를 이끈다. 아우디에 따르면 전기모터만 이용하면 0→시속 60킬로미터에 4.9초가 소요된다. 엔진이 합세하면 시스템 출력(204마력)을 모두 쏟아부으면서 0→시속 100킬로미터를 7.6초에 돌파한다. 실제로 움직임은 2.5리터 수준 가솔린 엔진처럼 넉넉한 힘이 느껴진다. 엔진 회전도 부드럽고 변속기 반응도 민첩했다.

주행 모드는 EV를 포함해 하이브리드 오토, 하이브리드 홀드, 하이브리드 충전 등 네 가지다. 각 모드는 서로 연관성을 통해 에너지 순환을 돕는다. 따라서 차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각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엔진과 전기모터의 영역 분리다. 즉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적당한 달리기 순간에 두 동력원이 적당히 힘을 합치는 일은 거의 없다. 부스트 구간을 쓸 때를 제외하고는 두 동력원은 철저하게 출력이 나오는 시점을 분담한다. 여기서 부스트란 계기반 파워미터에 노란 구간으로, 시스템 출력을 모두 사용할 때만 활성화된다. 적당한 운전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변속기의 킥다운(S 모드 포함)을 이용해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최대 가속을 요구할 때에만 발휘된다. 여기서 만약 가속페달을 줄여 엔진만 사용하게 된다면 배터리는 자동으로 홀드 모드로 들어가며 전기에너지 사용을 제한한다.

하이브리드 홀드는 배터리 소모를 막는 모드다. 엔진이 연료를 태우기 시작하면 시작된다. 부스트 모드나 EV 모드를 더 많이 쓰기 위해 존재한다. 하이브리드 오토는 말 그대로 자동 시스템이다. 두 동력원을 상황에 따라 따로따로 사용하며 효율을 높인다. 시내 주행보다는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다. 충전 모드는 배터리 전기에너지를 다 소모했을 때 자가 충전을 하기 위한 것으로 운전자가 직접 선택할 때만 활성화된다. 일반적인 주행 상태에서 완충까지 약 30~40분이면 된다. 플러그를 이용할 때 3시간 30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충전 효율이 좋다. 고속국도 등에서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해서 시내에서는 완전한 전기차로 변신하는 용도로 쓴다.

설명을 이야기로 듣고, 보는 것은 복잡하다. 그러나 실제로 차를 타면 단 하루 이틀 만에 쉽게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각 모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만큼 경계가 뚜렷했다. A3 e트론의 특징이자 최대 장점이었다. 이번 시승에는 차의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여러모로 제한이 많았다. 따라서 고속 주행 감각이나 무게에 따른 회전 특성 등을 느끼기에는 정보가 부족했다. 하지만 A3 e트론이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발전한 것인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글•김태영

기본 가격 미정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4기통 1.4ℓ DOHC 터보+모터, 204마력(시스템), 35.7kg·m(시스템)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540kg 휠베이스 2630mm 길이×너비×높이 4312×1785×1424mm 복합연비 66.6km/ℓ(유럽 기준) CO₂ 배출량 35g/km(유럽 기준)

 

3 꿈같은 PHEV 연비, 진짜야?
연 비 측정 기준은 국가별로 다르다. 유럽의 NEDC와 미국의 FTP-75가 대표적인데, 내연기관차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에 대한 측정 및 표시 기준도 각각 다르다. 일단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상황에서 전기모드(Charge-Depleting mode)를, 배터리를 방전시킨 상태에서 유류모드(Charge-Sustaining mode)를 측정하는 것까지는 같다. 그런데 유럽은 이를 합산해 표시한다. 아울러 합산하면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긴 차일수록 전기모드 연비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합산 결과가 같아도 배터리 용량이 크면 표시 연비가 더 높아지는 시스템이다. 반면 미국은 두 모드의 결과를 각각 그대로 표기한다. BMW i8을 예로 들면 유럽 표시 연비는 리터당 47.6킬로미터다. 반면 미국 표시 연비는 전기모드가 리터당 32킬로미터, 유류모드가 리터당 12킬로미터다. 참고로 유럽의 NEDC는 1970년 처음 제정돼 1997년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시속 7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41초나 배정되고 가속 구간이 13회에 불과한 등 실제 연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ICCT도 지난 2013년 NEDC 기준 연비와 실연비를 비교한 결과 25퍼센트 정도 차이를 보인다고 발표했던 바 있다. 결국 유럽산 PHEV의 환상적인 연비는 유럽의 합산 표시 방식과 NEDC의 낡은 기준이 빚어낸 산물이다. 아울러 유럽식은 PHEV의 장거리 운행 연비를 어림잡기도 어렵다. 배터리가 다 소진된 이후의 연비인 유류모드를 표시하지 않아서다. 때문에 미국식 표시 연비가 소비자 입장에선 그나마 현실적이다. 글•고정식

 

 

 

소비자 만족의 관점에서 폭스바겐 골프 GTE는 가장 앞선 모델 가운데 하나다. 달리는 기분이 남다르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했다. 도입이 시급하다.

 

VOLKSWAGEN GOLF GTE
재미있다. 일단 그거면 된 거다. 이것이 골프 GTE다. 지금까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탈 때면 왠지 불편한 것이 있었다. 그 하나는 나도 모르게 연료 소모율 정보에 매달린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가속페달을 밟는 것이 죄짓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환경보호를 위해 내가 참아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이 무의식적으로 강요된다고 할까? 상류층도 아닌 내가 무슨 노블레스 오블리주인지 영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엄청 빠르고 짜릿한 슈퍼카인 맥라렌 P1이나 페라리의 라 페라리, 포르쉐 918 스파이더도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기는 하다. 우리나라에 출시하자마자 매진이라는 BMW의 i8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다. 하지만 걔들은 이미 가격이 넘사벽.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이런 고가의 차량을 구입하는 상류층, 아니 최소한 부자들이라면 즐길 권리만큼이나 환경보호를 위해 조금은 지불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래, 우리 솔직해지자. 우리는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환경을 위해 참으라고 한다. 아니, 이게 무슨 난센스인가? 지불한 가격에 상응하는 제품이나 혜택을 받는다는 시장 거래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라는 추상적인 의미나, 상당한 거리를 달려야만 비싼 가격을 상쇄할 수 있는 정도의 연료 경제성만으로는 값도 비싸고 제약도 많은 이 차들을 살 충분한 이유가 되질 못한다. 즉,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은 사업성이 없다. 자칫하다가는 정부의 보조금이나 관용차량의 구매에 의존하는 기형적 존재로 추락할 수도 있다. 저속전기차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드디어 자동차 제작사들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의 상품성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28차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 즉 EVS 28에서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막식의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의 자동차 제작사들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보는 관점이 한 단계 발전했음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신나는 전기차’였다. 합당한 가격이나 넉넉한 주행거리 등의 논리적 상품성은 물론,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감성도 함께 만족시킨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지금까지는 기술 개발이나 배출 가스의 저감 등 공급자 또는 정부의 입장이 중요한 단계였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의 만족을 더 중시하는 상품성 개발의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이런 새로운 관점에서 골프 GTE는 가장 앞선 모델 가운데 하나다. 우선, 달리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GTI, GTD와 같은 계열인 GTE라는 이름이 과장된 것만은 아니었다. 다른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효율은 좋으나 성능은 떨어지는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무단 또는 일반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반면, GTE는 1.4 TSI 터보 직분사 엔진과 DSG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했다. 수비적인 태도보다는 ‘고효율=고성능’이라는 당연하지만 어려운 정공법을 선택한 것. 무거운 배터리를 휠베이스 사이인 뒷좌석 아래에 배치하니 전후 무게 배분이 좋아져서 코너링 중간에 언더스티어가 거의 없이 균형감각도 참 좋다. 일반 모델의 140마력보다 10마력 더 내는 대신 약간 손해 본 듯한 1.4 TSI 엔진의 응답성은 전기모터의 즉각적 토크 딜리버리가 완벽하게 상쇄시켜서 옹골찬 성능으로 쾌감을 느끼게 한다. GTE 모드에서는 이 응답성에 더해 시스템 출력 204마력으로 0→시속 100킬로미터 7.6초, 최고시속 222킬로미터로 골프 GTD와 거의 대등한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그리고 꽤 앙칼진 사운드를 만드는 사운드 제너레이터는 가슴에 터보를 달아준다.

GTE의 두 번째 강점은 가격이다. 독일 내 판매 가격은 3만6900유로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2만9225유로의 GTI, 3만275유로의 GTD보다 20퍼센트가량 비싼 가격. 그러나 오토 에어컨과 LED 헤드라이트 등 기본 사양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생각보다 좁다. 배터리와 모터 구동부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GTE는 매우 저렴한 셈이 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골프가 매우 유연한 MQB 모듈형 플랫폼에서 제작되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다른 엔진과 마찬가지로 일반 조립 공정에서 장착되므로 차량 조립 공정에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좋은 차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이니 상품성이 높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골프 GTE에는 사용자 중심의 고려가 가득하다. 그 대표적 예가 다양한 주행 모드인데, 그중에서도 배터리 충전 모드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고 해도 충전할 전원 소켓을 찾을 수 없다면, 일반 하이브리드 방식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GTE에는 주행하면서 강제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배터리 충전 모드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 외곽을 지나 도심으로 진입하는데 충전할 곳이나 시간이 없다면, 이 모드를 사용해 미리 배터리를 충전해놓을 수 있다. 상당히 붐비는 외곽 도로에서도 40킬로미터 정도 주행하니 20킬로미터가량을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는 충전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골프 GTE는 한국처럼 충전하기가 매우 힘든 아파트 주거 환경에서도 충분히 활용도가 높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많다. GTE라는 스포츠 모델치곤 무른 서스펜션, 페달을 강하게 밟았을 때 물컹거리는 감각이 이질적인 전동 부스터 방식의 브레이크에는 좀처럼 적응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이것들이 용서되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재미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쓸모가 꽤 좋다는 것이다. 모터의 힘만으로도 꽤 스포티하게 시속 13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적잖은 쾌감이었다. GTE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잊어버리더라도 재미있고 좋은 차였다. 도입이 시급하다. 글•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기본 가격 미정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4기통 1.4ℓ DOHC 터보+모터, 204마력(시스템), 35.7kg·m(시스템)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524kg 휠베이스 2631mm 길이×너비×높이 4270×1799×1457mm 복합연비 66.6km/ℓ(유럽 기준) CO₂ 배출량 35g/km(유럽 기준)

 

 

4 한국, PHEV 받아들일 준비 됐나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즉 PHEV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기술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운용 방법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 자동차,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체 충전용 내연기관을 탑재한 전기자동차와 매우 흡사하다. 즉, 충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한국의 충전 네트워크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 번째가 아파트 거주 문화다. 아파트에 전기차 전용 주차면과 고속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비쌀뿐더러 일반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마저 쉽지 않다. 이미 전기차 보급 과정에서 경험했던 바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동주택에는 단위 가구수당 일정 수량의 고속 충전기와 전용 주차면을 설치하도록 하고, 동시에 저속 충전용으로 RF 아이디 판독기가 설치된 일반 콘센트를 다수 설치하는 것이다. 고속 충전과 저속 충전 사이에는 원가와 제공 서비스의 품질 차이에 따른 차등 요금을 설정하면 수요 조절이 가능하다. RF 아이디 판독기가 설치된 일반 콘센트는 차량 또는 운전자의 RF 아이디를 판독해 요금을 은행계좌나 신용카드와 연동 과금하면 될 것이다. 서울특별시에서 이동형 충전 인프라 제품을 이용해 연말까지 1만개, 2018년까지 10만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확보할 거란 소식이 막 전해졌다. 이는 밤새 충전하는 가정용 저속 충전과 형식이나 목적은 다르지만, 차량 또는 운전자와 연동해 충전 요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접근법은 같다. 인프라의 투자 없이는 불편함과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PHEV나 전기차를 사용할 소비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공의 안녕과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공공재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함은 상식이다. 반가운 일이다. 글•나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