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코티나로 운전을 배운 나에게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그 자체였다. 대학생 즈음에 집에 포니가 있어 나의 젊은 날 기억은 포니로 메워졌다. 포니가 수명을 다한 듯싶어 바꾼 차가 또 다른 포니였다. 그만큼 고를 차가 마땅치 않은 시절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우리 모두의 탈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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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자동차의 조립 생산에 만족하지 못한 현대는 독자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단으로 우리나라는 자동차 만드는 나라가 됐다. 자동차 강국으로 나아가는 시작이었다. 우리 모두가 자긍심을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새 차를 만들면서 당시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주지아로를 찾아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젊은 주지아로의 히트작을 이끌어낼 수 있었고,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현대차 디자인을 유럽형으로 이끈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서울 거리가 세련된 차로 가득해 행복했다. 사람들은 포니를 ‘꽁지 빠진 닭’이라 했지만 곧 패스트백 디자인에 익숙해져 갔다. 현대차는 우리의 자동차 문화를 만들고, 자동차에 무지한 국민을 이끌었다. 현대의 기준은 세계시장이었다. 세계시장 요구를 따르는 현대차는 우리의 기대를 앞서갔다. 미쓰비시 랜서 플랫폼의 포니는 경쾌한 주행성능이 좋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쓰비시를 앞질러 가는 현대가 대견스러웠다. 포드가 코티나의 후속으로 시에라를 만들 즈음, 현대가 만든 스텔라는 시에라보다 나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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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F 쏘나타가 나왔을 때 세계시장은 그 과감한 디자인에 놀랐다. 이에 대응하고자 토요타는 부랴부랴 캠리를 새롭게 만들어 내놓았다. 그러나 현대는 LF 쏘나타로 다시 치고 나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토요타보다 한 세대 앞선 차를 타고 있다. 현대차 디자인은 날카로운 직선의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으로 아우디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아우디라는 브랜드에 주눅들 필요 없다. 두 회사 모두 독일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가진, 발터 드 실바와 피터 슈라이어의 경쟁일 뿐이다. 현대차는 조용히 세계 자동차 디자인을 리드한다.

 

 

 

"둘러보면 전 세계 사람들은 아반떼보다 작은 소형차를 타는 것 같다.
현대 쏘나타처럼 럭셔리한 중형 승용차를 국민차로 가진 나라는 우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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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 나라별 베스트셀러 자료가 있어 둘러보았다. 현대쏘나타같이 커다란 승용차가 국민차인 나라는 없었다. 미국과 캐나다 자동차들이 큰데, 베스트셀러가 풀사이즈 픽업트럭들이다. 그 밖의 나라는 모두 골프와 그 이하의 소형차들이 많이 팔린다. 둘러보면 전 세계 사람들은 아반떼보다 작은 차를 타는 것 같다. 유럽이나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 모두가 작은 차 세상이다. 쏘나타처럼 럭셔리한 중형 승용차를 국민차로 가진 나라는 우리뿐이다. 미국시장을 위해 크게 만든 차 쏘나타엔 우리의 국민차가 되는 행운이 따랐다. 우리는 자동차에 있어서 복 받은 나라임이 틀림없다. 자동차 값도 쏘나타 크기의 차가 우리보다 값싼 곳은 없었다. 미국만 예외가 아닌가 싶다. 모든 공산품 값이 싼 중국에서도 쏘나타는 우리보다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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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을 상대로 차를 만드는 현대는 미국과 유럽을 동시에 공략했다. 때문에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노치백 아반떼와 해치백 i30 중에 고를 수 있다. 휘발유 엔진과 디젤 엔진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일찍이 유럽시장을 대비한 현대차는 포드나 GM에 앞서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내놓았다. 현대차가 남보다 앞서 신제품을 내놓은 기억은 없지만, 곧 뒤따라 하는 데는 게으르지 않았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내놓고, 지금은 수소연료전지차가 달린다. 다운사이징 엔진과 듀얼 클러치에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수입차에 달린 고급 옵션도 국산차에 달리는 속도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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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에 부정적인 면도 많지만 오늘은 긍정적인 면을 말하고 싶었다. 이익이 적은 경차를 멀리하고 아슬란같이 비싼 차만 즐비한 것이 얄밉지만 어쩌면 그것이 장사를 잘하는 거다. 현대는 돈 벌리고 잘 팔리는 대중차에 집중했다. 튼튼한 현대가 우리에게 값싸고 다양한 국산차를 맛보게 해주었다. 세계시장 요구에 맞추는 현대차 품질은 우리의 기준을 앞서 달린다. 내 차(기아 레이 터보)가 고장 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반떼와 쏘나타처럼 멋진 대중차를 만들어 우리의 미적 감각을 높여주었다. 오늘도 현대의 자동차는 우리의 기대를 앞서 달리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현대가 벨로스터에 엔진 사운드 조절장치를 넣어준 것은 감동이었다. 노력하는 친구에게 가끔은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