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네 명의 친구가 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한 친구가 운전면허를 땄다. 이들은 EF 쏘나타를 타고 꿈에 그리던 동해 여행을 떠났다. 이때부터 네 친구는 쏘나타를 아지트 삼아 전국 방방곡곡을 함께 여행했다. 각자의 자리도 생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하나 둘씩 장가를 가고 서로 만날 기회는 줄었다. 함께 타고 다녔던 쏘나타 역시 수명을 다해갔다. 한진수 작가는 네 친구의 우정을 쏘나타의 네 문에 담아 나비로 형상화하고 키네틱 아트로 꾸몄다. 자동차를 매개로 우정이 예술로 승화됐다.

현대차가 주관한 예술 전시회 ‘브릴리언트 메모리즈’가 2월 17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브릴리언트 메모리즈는 2012년에 시작한 현대차의 브랜드 캠페인 ‘리브 브릴리언트’의 네 번째 시리즈다.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3주 동안 열렸다. 주말마다 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전시는 ‘타임리스 빌리지’를 주제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과거를 의미하는 ‘메모리즈’에는 총 14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고객의 추억을 예술로 재탄생시켰다. ‘모멘츠’는 현재 고객 47명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 전시다. 이 프로그램에는 김용호, 서대호, 아놀드 박, 오중석 사진작가가 참여했다. ‘드림’에서는 공모를 통해 다섯 대학의 학생들을 미래의 주역으로 소개했다.

방문한 시간이 오전이어선지 전시장 안은 한산했다. 하지만 작품을 둘러보는 관람객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연신 셔터를 누르며 메모리에 찰나를 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장 스태프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다. 작품마다 배치된 스태프는 이야기꾼이었다. 모든 작품이 고객의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되어서 그런지 작품마다 사연이 구구절절했다. 시청각을 한꺼번에 사로잡아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현대차의 숨은 의지가 느껴졌다.

설치미술 작품도 인상적이었지만, 47점의 사진 앞에서 한참 동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진에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가족, 친구, 반려견 등 소중한 존재와 연출한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구형 갤로퍼를 타고 겨울 캠핑을 즐기는 아버지와 아들. 손녀들과 함께 차 안에서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누구의 것이든 추억은 눈부셨다.

사진전은 현재를 표현했지만 현대차의 과거는 물론 미래까지 담고 있었다. 현대차의 지금을 있게 해준 사진 속 인물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현대차의 나침반이기도 하다. 더 뻗어나가고 싶다면 그들의 눈부신 추억을 잘 기억해야 한다. 전시회 소재로만 소비하고 그치지 말아달란 얘기다. 

도쿄의 클래식카
콘텐츠 기획자 최윤석, 클래식카 문화 전도사 여성왕, 자동차 칼럼니스트 황욱익, 포토그래퍼 김권일. 이 네 사람이 모여 일본 도쿄로 클래식카 여행을 떠났다. 클래식카 전시장과 개인 컬렉션을 알차게 찾아다녔고 여행에서 얻은 클래식카 이야기들을 묶어 책으로 만들었다. <클래식카 인 도쿄>에는 BMW 2002Ti, 재규어 SS100, 오스카 1600GTS 등 지금은 전설이 된 자동차들의 역사와 일화가 담겨 있다. 또한 자동차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자동차 아티스트부터 클래식카 동호회도 소개한다. 작가들의 여정은 3박 4일로 짧았고, 책도 얇다. 하지만 여운은 길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역사가 환갑에 다다랐는데도 도로에서 20년 이상 된 차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보존이 아닌 폐차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클래식카는 단순히 오래된 자동차가 아닌 역사와 문화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래야 현재와 미래의 자동차도 존재할 수 있다. 정통은 곧 어떤 제품의 핵심 캐릭터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헤리티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네 명의 작가는 이런 의미를 담아 이제 막 클래식카 여행을 시작했다. 이 책은 앞으로 그들이 펼칠 자동차 여행의 프롤로그다. <클래식카 인 도쿄>, 콜라보엑스,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