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클래스의 AMG 버전은 빠릿빠릿한 대형 세단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요샌 어떤 S 클래스를 타든 AMG 버전에 대한 욕심이 잘 생기질 않는다. 운전감각이나 성능에 별로 흠잡을 곳이 없어서다. 얼마 전 <모터 트렌드> 편집부와 필자들이 모여 다 함께 S 400d를 탔을 때도 그랬다. S 400d는 340마력 6기통 디젤 엔진과 적극적인 노면 대응 기능이 빠진 기본형 에어매틱 서스펜션을 달고 있는 S 클래스의 중급 모델. 그런데 누구도 S 400d의 운전감각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충분히 빠르고 날렵하고 유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르세데스 AMG S 63 4매틱+의 시승을 앞두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흠잡을 곳 없는 쇼퍼드리븐 카를 굳이 더 과격하게 만들 필요가 있나 싶어서다. 게다가 이번 S 63은 출력을 더 끌어올렸다. AMG의 주력 V8 엔진으로 자리 잡은 4.0리터 바이터보를 다듬어 무려 612마력, 91.9kg·m의 힘을 낸다. 물론 AMG GT의 그것과는 달리 습식윤활 방식이며 상황에 따라 실린더 4개의 밸브를 닫아 효율을 높이는 가변 실린더 기능도 갖춘다. 

예상대로 신형 S 63은 지구상의 어떤 대형 세단보다 화끈하게 내달린다. 출력도 출력이지만 상황에 따라 뒷바퀴에 모든 구동력을 몰아주는 새 사륜구동 시스템 4매틱+와 번개 같은 변속은 물론 회전수  보정까지 귀신같이 해치우는 신형 9단 변속기가 엔진의 힘을 빠짐없이 노면에 전달한다. 

물론 토크밴드가 약간 뒤로 밀려 있는 편이긴 하다. 배기량을 줄이고 큰 터보차저로 출력을 끌어올린 탓이다. 하지만 레이스 스타트(론치 컨트롤)를 쓰면 이런 아쉬움마저 말끔하게 해결된다. 사용법도 한결 간단해졌다. 스포츠 모드 이상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채로 가속페달을 짓이기면 된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은 0.5초 줄어든 3.5초며 스포츠 플러스 모드(시승차는 가변 머플러를 단 퍼포먼스 에디션이다)에선 V8 엔진 특유의 사운드와 파열음을 쏟아낸다. 참고로 AMG S 65는 이전 엔진을 그대로 쓴다(그리고 국내 판매도 중단됐다). 풍요로운 감각은 몰라도 이제 성능만큼은 S 63이 S 클래스 중 최강인 셈이다(부분변경 전에도 S 63이 더 빠르긴 했다).

굽이진 길에서도 S 63은 마법을 발휘한다. 롤링, 피칭, 요잉 등 움직임의 변화가 예상치를 한참 밑돈다. 길이 5.2미터, 무게 2.2톤이 넘는 세단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 앞머리는 V8 엔진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코너 안쪽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꽁무니는 이를 잽싸게 따라붙는다. 고성능 중형세단을 타는 것 같은 감각이다. E 63 4매틱+보다 고작 175킬로그램밖에 무겁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다. 

물론 이는 스포츠 모드 이상에서의 이야기다. 이번 S 63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변화폭이 더 커졌다. 컴포트 모드에선 S 560과 견줘도 좋을 만큼 나긋하고 조용하다. 여러모로 벤츠가 그동안 집착하던 각종 가변 시스템의 최신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버튼 하나로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배기 시스템 등의 반응이 딴판으로 바뀐다. 
이런 변화가 없었다면 어쩌면 난 이번 S 63에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화끈하더라도 쇼퍼드리븐 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S 63 4매틱+를 타고 한적한 산길을 정신없이 달리면 엄청난 유대감과 이 거대한 세단을 쥐고 흔들고 있다는 커다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사실 스포츠카를 타는 즐거움도 이와 비슷하다. 짜릿한 조작과 반응, 빠른 랩타임 등이 바로 유대감과 성취감으로 환원되니 말이다. 매번 같은 작업의 반복이었겠지만, 이번 모델에는 벤츠가 그간 S 클래스를 만들며 쌓은 노하우가 모두 집약돼 있다. 이렇게 메르세데스 벤츠와 AMG는 600마력이 넘는 플래그십 세단의 존재 당위성을 또 한 번 입증해냈다. 부분변경 모델을 발표하며 그저 6500개의 부품을 바꿨다고만 말하던 그들이 징그럽게 느껴질 정도다.   

배기량을 약 1.5리터 줄였음에도 최고출력은 27마력이 늘었다. 무려 612마력을 낸다. ‘뒷바퀴 몰빵’이 가능한 새 4WD 시스템과 함께 ‘제로백’을 3.5초 만에 마친다.

MERCEDES-AMG 
S 63 4MATIC+LONG PERFORMANCE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