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매사냥 키트
벤틀리는 매사냥을 즐기는 벤테이가 오너를 위해 매사냥 키트를 개발했다. 그야말로 쓸데없고 허세 가득한 끝판왕 옵션이다. 하지만 내가 벤테이가를 사면 이 옵션은 꼭 선택할 것이다. 매를 태우고 다니면 페라리 타고 다니는 것보다 더 많은 시선을 받을 테니 말이다. 소셜미디어 스타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나의 매는 어떤 명품, 여자보다 더 빛날 것이다. 
매사냥 키트는 벤틀리 개별 맞춤 제작을 담당하는 뮬리너 팀이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두 칸으로 구성된 박스에는 음료수 케이스, 컵, 담요, 수건은 물론 새를 추적할 수 있는 GPS 장치, 망원경, 눈가리개, 장갑 등이 담겨 있다. 매가 편히 쉴 수 있는 횃대도 포함된다. 조수석 대시보드에 새겨진 매는 최고 100만 달러에 거래되는 희귀종이다. 이는 고유 커팅 과정을 거친 430개의 재료로 이뤄져 있으며 9일간의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재료는 세계 곳곳에서 공수한 밤나무, 유칼립투스나무, 호랑가시나무 등이다. 참고로 매사냥은 중동 지역 왕족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매를 애완용으로 키울 수 있을까? 구본진

 

 

BMW 나이트 비전
나이트 비전은 아주 중요한 안전장비다. 도로의 형태나 노면 상태는 물론 보행자, 자전거, 동물 등 어두운 곳에서 운전자가 식별하기 힘든 물체를 적외선 카메라가 찍어 영상으로 표시해준다. 그런데 국내에선 이게 꼭 필요한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일부 산악 지역을 제외하면 가로등이나 불빛이 없는 곳이 드물고 야간에 그런 길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시골 국도 같은 데선 경운기나 트랙터처럼 반사판이 없는 장애물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길은 대부분 굽어 있다. 제아무리 적외선 카메라라 해도 가려진 물체는 찍을 수 없다. 게다가 요새는 헤드램프의 성능이 너무 좋다. 
조사 범위가 넓은 데다 나이트 비전을 달 수 있는 고급차라면 필요한 곳만 비춰주는 매트릭스 기능도 갖춘다. 하지만 내가 고급차를 사면 이 옵션을 꼭 넣겠다. 왜냐고? 폼 나니까.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메르세데스 벤츠 매직스카이 컨트롤
사실 난 선루프를 싫어한다. 이유는 딱 하나다. 지붕을 자르면 차체 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방감을 원하는 사람에겐 글라스 루프를 추천한다. 열리진 않지만 유리가 비틀림을 조금이라도 잡아주니까. 이런 내가 갖고 싶은 선루프가 생겼다. 벤츠의 매직스카이 컨트롤 선루프다. 매직스카이 컨트롤은 유리 안에(보통 유리 두 장을 겹치고 그 사이에 넣는다) 전기변색 물질을 넣어 필요한 만큼 색을 바꾸는 기술이다. 그러니까 해가 쨍쨍 내리쬘 때도, 흐린 날에도 항상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가 쬘 땐 선루프 커버(선셰이드)를 닫으면 되지 않느냐고? 그럴 거면 선루프를 왜 장착하나. 강성을 포기하면서 선택한 선루프면 이 정도는 돼야지. 게다가 매직스카이 컨트롤은 폼도 난다. 순식간에 유리 색이 변하는 걸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기술, 앞 유리에는 못 쓰나?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페라리 3색 배지
페라리 3색 이탈리아 배지로 말할 거 같으면, 기능적으로 아무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이 배지를 단다고 더 빠르게 달리거나 더 멋진 사운드가 나오진 않는다. 그렇다고 운전에 특별히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배지는 꼭 달아야 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멋, 두 번째도 멋이다. 세 번째는 이 정도 옵션 비용은 별거 아니라는 허세(…) 정도로 꼽을 수 있겠다. 
배지 크기는 가로 200밀리미터, 세로 9밀리미터로 차체 뒤쪽에 붙는다. 너무 작아서 존재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귀고리 효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귀고리는 몸에 걸치는 액세서리 중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 효과는 대단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귀고리를 착용했을 때 호감도가 30퍼센트 상승한다. 미모 상승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이 배지도 그런 역할을 한다. 30퍼센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선을 조금 더 확실하게 붙든다. 배지는 초록색, 하얀색, 빨간색으로 마감돼 ‘이탤리언’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가격은 약 200만원.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3억원을 훌쩍 넘는 차값을 생각하면 정말 ‘껌값’이다.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인색한 페라리 오너가 되긴 싫다. 김선관

 

 

메르세데스 벤츠 다이내믹 시트
메르세데스 벤츠는 액티브(능동) 기술에 집착한다. 차체가 기울어지거나 흔들리지 않게 시시각각 서스펜션의 압력을 바꾸는 매직 보디 컨트롤이 대표적이다. 아무래도 ‘차는 달리는 물건이고 상황도 계속 달라지니 그때마다 차가 변하면 되잖아?’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벤츠가 이런 생각으로 만든 옵션 중에 가장 황당한 건 다이내믹 시트다. 개념이나 기능은 흠잡을 곳 없다. 좌회전할 때는 몸이 오른쪽으로 쏠리니까 시트 오른쪽 날개가 올라와 몸을 떠받드는 거다. 문제는 말도 안 되게 비싼 데다 망가지면 눈앞이 캄캄해진다는 거다. 다이내믹 시트는 전동모터가 아닌 공기로 작동한다. 그러니까 차체가 기울기 시작할 때 트렁크에 붙은 에어펌프가 시트 필요 부위에 잽싸게 공기를 불어넣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구조가 얼마나 복잡하고 관련 부품들이 얼마나 비싸겠나. 그럼에도 내가 이 시트를 고른 건 동승석에 탈 때 시트 모서리를 짓이기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 타던 차는 시트 모서리가 주저앉았다. 정말 얼마나 보기 싫던지. 그다음부터 난 밋밋하게 생긴 시트를 선호한다. 다이내믹 시트는 평소에는 판판하다가 필요할 때만 솟아오른다. 그래서 주저앉을 일이 없다. 내게 다이내믹 시트는 승차감과 운전재미를 향상시키면서 강박증까지 해소해주는 아이템이다. 류민

 

 

메르세데스 벤츠 부메스터 오디오
메르세데스 벤츠의 부메스터 시스템은 오디오 옵션으로는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그래서 디자인도 굉장히 화려하다. 번쩍번쩍한 알루미늄 커버와 전원을 켜면 스르륵 올라오는 트위터, 그 안쪽에서 나오는 조명 등을 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런데 내가 부메스터 오디오를 뽑은 건 음질 때문이다. 사실 더 싼 값에 들을 만한 소리를 내는 시스템도 많지만 부메스터는 내가 좋아하는 일렉트로닉 장르를 아주 근사하게 재생한다. 벤츠의 옵션 오디오는 예전부터 괜찮은 소릴 냈다. 하지만 최근 대시보드 아래에 서브우퍼를 넣으면서부터 균형이 더 좋아졌다.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포르쉐 컬러 안전벨트
포르쉐는 옵션을 깨알같이 쪼갠 후 하나하나 가격표를 단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차값은 옵션이 모두 빠진 ‘깡통차’의 가격이다. 꼭 필요한 것 몇 개만 넣어도 1000만원쯤은 우습게 불어난다. 그중에는 쓸데없는 옵션도 있다. 911 카레라의 계기반 색깔 변경은 90만원, 엠블럼 도색은 40만원이다. 조금 더 연구하면 욕이 나올 법한 항목도 있다. 가죽 패키지를 넣으면 실내 전체가 가죽으로 마감되는데,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는 돈을 따로 추가해야 한다. 
그중 가장 쓸모없는 건 안전벨트 색깔 바꾸기다. 성능에도, 안전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데 무려 70만원이나 한다. 하지만 강렬한 보르도 레드 컬러 벨트는 꼭 필요하다. 벨트를 매면 마치 붉은색 완장을 찬 것처럼 용기와 기백이 살아난다. 특히 컨버터블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추가해야 한다. 멋짐이 폭발할 거다. 911에 안전벨트를 포함해 꼭 필요한 장비들을 골랐더니 옵션 비용만 2880만원이 나왔다. 음, 아무래도 크루즈컨트롤(310만원)과 전동시트(510만원)는 빼야겠다.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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