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 하디드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설계한 DDP의 기다란 통로와 계단이 모델들에겐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제2의 런웨이로 사용되게 될 거란 사실을. 내가 지금 앉아 있는 DDP 내부의 커피숍 밖으로는 모델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는 여학생들이 진풍경을 벌이고 있다. 모델들은 한발자국도 앞으로 가지 못한 채 함께 사진을 찍자는 팬들의 요청에 일일이 반응해주고 있다. 남자 모델 전성시대라는 말은 요즘 많이 들려오지만 패션위크에 오니 그 체감 온도가 확 올라갔다. 매니저가 철통 같이 지켜서 현실감이라고는 없는 배우들과는 달리 내 옆으로 종종걸음치며 지나가기도 하고 망가지는 모습도 아낌없이 자신의 SNS에 올려주니 팬들에게 모델은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별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제2의 런웨이가 된 DDP의 기다란 통로에서 팬들에게 둘러싸인 채 마음껏 자신의 매력을 펼치고 있는 모델 안승준이 있다. 이번 패션위크가 공식적인 그의 첫번째 컬렉션이지만 Beyond Closet, 87mm, Push Button, Kye 등 굵직한 쇼에 캐스팅되며 총 13개의 패션쇼에 등장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차세대 ‘모델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모델 안승준을 디자이너 박승건의 푸시버튼 쇼가 끝나자마자 흥분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만나고 왔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The studio K, 87mm, 권문수, CyChoi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 착장을마치고 워킹을 준비 중인 안승준

 

 

Q. 지나가는 모델들마다 붙잡고 셀카를 찍자고 하는 팬들이 너무 많아서 모델들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패션쇼가 끝나고 이 커피숍까지 오는 길도 순탄하진 않았을 듯하다. 리얼웨이에서 모델로 살아가는 게 패션위크 기간 동안 힘들다고 느껴지진 않았나?

A. 전혀! 이번에 처음으로 패션위크라는 데 참여하게 되었다. 나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또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봐도 내 이름이 해시태그로 걸린 다양한 사진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다는 게 기분 좋다. 내가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감개무량한데 실제로도 사람들이 나에게 반응하는 게 느껴지니 내가 모델이 되었다는 게 실감난다. 물론 걸어 다니기가 조금 힘들긴 했다.

 

Q. 이번에 총 13개의 쇼에 캐스팅되어 런웨이를 누볐다.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패션위크라고 했는데 런웨이를 걸을 때 기분이 어땠나?

A. 디자이너 서병문 선생님의 쇼에 가장 먼저 서게 됐다. 백스테이지에서 나와 런웨이를 보는데 엄청 길어 보였다. 게다가 첫번째 쇼가 동선이 조금 복잡해서 긴장하기도 했다. 막상 런웨이를 나와서 걸으니 기분이 좋고 설레기도 했다. ‘웃지 말고 워킹 잘하자’고 다짐하며 걸었다.

 

Q. 이번 패션위크 기간 동안 실수는 없었나?

A. 디자이너 최철용 선생님의 CY Choi 쇼를 하는데 어깨에 완장을 차고 있었다. 걷기 시작했는데 완장이 점점 내려오는 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 손목까지 내려와있더라. 떨어지지 않도록 손으로 잡고 워킹을 했다.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Q. 이번 패션위크에 서게 된 쇼들이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고 패션계에서도 ‘빅쇼’라 불리는 쇼들이다. 그 중에서도 꼭 서고 싶었던 컬렉션이 있었나?

A. 87mm. 내가 이 쇼에 서게 된다면 정말 ‘대박’이라고 생각했었다. 일단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인 김원중, 박지운 형을 좋아하고 옷도 예쁘다. 또 ‘모델왕’이 만든 브랜드답게 대중의 절대적인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고 정말 유명한 모델들만 설 거라고 생각했다. 캐스팅 되었을 때 정말 기뻤고 워킹하면서도 그 열기가 느껴져서 흥분되기도 했다.

 

 

 

189cm라는 큰 키와 작은 얼굴, 동양적인 마스크가 매력적인 모델 안승준

 

 

Q. 모델 중에서도 키가 큰 편인데다가 얼굴이 작고 동양적으로 생겨서 어느 쇼에 서있건 굉장히 눈에 띄었다. 모델을 할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갖고 있다. 언제부터 모델을 꿈꿨나?

A. 막연히 패션 계통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키가 크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도 이미 170cm 정도 되었었고 지금은 189cm이다. 조건이 되니 모델이 되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고 에스팀 아카데미를 찾아갔다. 그리고 지금은 모델이 되었다.

 

Q. 키가 클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A. 농구를 많이 해서?(웃음) 아버지가 1959년 생이신데 키가 178cm이다. 연배에 비해 크신 편이라 아무래도 아빠를 닮지 않았나 싶다.

 

Q. 중,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 남자 애들도 시간만 나면 농구를 했다. 그렇다고 모두 키가 크진 않았으니 유전자가 우월한 것 같다. 지금 고등학생인데 평소에는 무엇을 하고 노나?

A. 덕수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농구랑 축구 하는 걸 좋아하고 음악도 듣고……또래 친구들이랑 똑같다. 모델 활동을 하느라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한다. 수시로 대학교에 원서를 넣어 놓은 상태이다. 패션이랑 미술 쪽 전공으로 지원했다.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자주 결석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스케줄은 주로 4시 이후나 주말로 잡는다.

 

Q. 오히려 모델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아직 미성년자여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텐데 모델들과 만나면 어떻게 노나?

A. 어떤 모델 친구들은 가로수길에 가는 걸 좋아한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도 많고 유행도 금방 알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왜 가로수길에 있는 커피숍에서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시간이 빌 때는 게임 하면서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기타 치는 것도 좋아한다.

 

Q. 요즘 잡지에서도 얼굴이 자주 보인다. 정확한 데뷔는 무엇인가?

A. 2014년도 6월호 <에스콰이어> 화보가 내 데뷔라고 할 수 있다. ‘Suite Room’이라는 주제로 호텔 스위트 룸에서 화보 촬영을 했다. 물론 단독 화보는 아니고 선배 모델들과 함께 촬영했다. 그렇게 치면 아직 데뷔한지 반년도 안 된 것이다. 다행히도 기자들이나 헤어, 메이크업 실장님들이 나를 좋게 봐줘서 소문을 많이 내주셨다. 아! 런웨이 데뷔는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GUYS & GIRLS>의 오픈 런웨이였다. 비록 여기서 탈락하긴 했지만.

 

Q. 완전 초짜 신인 모델인 상태로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에 나가게 된 건가?

A. 에스팀 아카데미에서 모델 일에 대해 조금 배우긴 했지만 실제로 워킹을 해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현역에서 모델로 활동 중인 선배들이 워낙 많이 나왔고 내가 말도 좀 어눌하게 하다 보니 금방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게 올해 6월이었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아쉽지는 않다. 앞으로 더 기회가 많겠지!

 

Q.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배 모델이 있나?

A. 일단 같은 소속사 선배인 조민호 형. 어떤 스타일이든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또 촬영할 때나 런웨이 위의 진지한 모습과는 달리 평소에는 장난도 잘 치시고 재미있는 모습도 멋있게 느껴진다. 개구쟁이 같지만 진지한 모습도 갖고 있는 모델이 되고 싶다.

 

Q. 지금 이 커피숍 안에 소속사 선배인 세계 모델 랭킹 27위인 박성진 씨가 앉아 있다(모델 장윤주와 박성진,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실장님이 옆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델 선배들을 보면 어떤가? 동양적으로 생겨서 해외 디자이너들이 좋아할만한 외모이다.

A. 박성진 형은 그냥 걸어만 가도 멋진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내 얼굴이 해외 무대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외모라는 말을 몇 번 들어봤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해외 무대에도 진출하고 싶지만 솔직히 아직까지 잘 와 닿지는 않는다. 일단 국내에서 좋은 모델이 되고 싶다.

 

 

 

안승준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asjooon을 참고할 것!

 

인터뷰 현장에 함께 있던 에스팀 관계자는 안승준에 대해 ‘전혀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신인 모델’이라 칭했다.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봐주는 모습에 신기해하고 모델로서의 탁월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는 아직 그걸 잘 모르고 있어서 더 매력적인 점이 신인 시절의 김원중과 비슷하다며 조심스레 그의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 안승준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DDP 어울림 광장 한 가운데로 나왔다. 안승준을 발견한 포토그래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 소란을 발견한 소녀 팬들이 안승준에게 달려왔다. 물론 나는 가까이에서 안승준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뒷전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새로운 ‘모델왕’의 탄생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아무런 가식 없이 순수한 안승준이어서 더욱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었고! 서울패션위크는 이제 막을 내렸지만 안승준의 활약은 앞으로 더 자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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