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에디터 T. 저는 지금 이직한 지 3개월째 되는 3년 차 직장인입니다. 전 직장에서 근무하는 3년여의 시간 동안 제때(7시 이전)에 퇴근한 것은 손에 꼽힐 정도죠. 개인 생활은 없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일이 바빠서 그런 거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하겠지만, 제가 보기엔 윗사람들 눈치 보느라 앉아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주말에도 할 일 없이 나와서 인터넷 서핑이나 하고 있을 때가 많았죠. 회사에서는 미안해하기는커녕,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이런 문화가 싫으면 그만두라고 종용하는 분위기였어요. 이런 분위기가 싫어서 전 정말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조건 출퇴근 시간이었죠.

백수로 세 달쯤 지낸 끝에 새로운 회사를 발견했습니다. 면접 때 용기를 무릅쓰고 퇴근 시간에 대해 물어보니 “우린 합리적인 회사이니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는 급한 일만 없으면 상사 눈치 볼 필요 없이 언제든 집에 가도 좋다”고 하셨어요. 전 그 말만 믿고 이 회사에 입사하기로 했죠. 입사한 지 한 달 째, 전 ‘칼퇴근’은커녕 9시 이전에는 퇴근해본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일이 딱히 바쁜 건 아니지만, 기러기 아빠인 부장님께서 들어가시질 않으니 그 부하 직원인 과장님도, 대리님도, 모두 자리를 지키고 앉아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부서들은 알아서 퇴근하고 야근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 저희 부서만큼은 정말 예외였어요.

한 번은 정말 용기를 내어 먼저 들어가겠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뒤통수가 너무 뜨거웠어요. 저를 쳐다보는 대리님의 눈초리도 매서웠고요. 그 후로는 그냥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 서핑도 하고 동영상도 찾아보며 부장님께서 들어가시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게 되었죠. 개인 생활을 중요시하는 저로서는 한없이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회사 생활에 정말 지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 그만두게 될 것 같은데, 용기를 내어 자리를 박차고 퇴근을 해야 할지 아니면 선배들처럼 얌전히 앉아서 기다려야 할지 궁금합니다. 에디터 T,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J씨, 28세, 서울시 관악구)

A. 퇴근 시간의 문제에 있어서는 회사마다 분위기가 달라요. 어떤 회사는 무조건 오랜 시간 회사에 머무는 사람을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고 평가하고, 또 어떤 곳은 반복해서 야근을 하면 무능력한 직원이라고 비난하죠.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단순히 눈치가 보여서 퇴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해서 이어진다면 누구라도 고민에 빠질 것 같아요.

일본의 커리어 컨설턴트인 마에카와 다카오 씨는 이 문제에 대해 “상사에게 ‘남아서 도울 일은 없는지’ 물어보라”고 조언합니다. J씨는 ‘업무가 많지는 않다’고 하셨는데, 과연 회사에 정말 바쁜 업무가 없을까요? 지금 당신의 눈앞에 보이는 업무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입니다. 어쩌면 상사는 당신의 능력을 평가하느라 많은 일을 떠넘기지는 못한 채 지켜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니까요. 3년차는 한참 일해야 할 시기입니다. 신입사원 시절을 척박한 회사 생활 속에 잘 다져 놓으면 앞으로도 힘들 일은 없죠. 집에 가려는 생각만 계속해서 하기보다는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면 정말 일찍 퇴근해야 하는 뚜렷한 이유가 있는 날에는 상사보다 먼저 퇴근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직장 생활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연속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면 같은 상황에서도 선배들에게 더 예쁨 받는 후배가 될 수 있겠죠. 먼저 퇴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미안함의 표현을, 또 나는 할 일이 없는데 선배들은 퇴근하고 있지 않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를 먼저 물을 줄 아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합니다.

진짜로 할 일이 없는데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남아 있는 선배들로만 가득한 회사라면 눈치 보지 말고 그냥 먼저 퇴근하세요. 그렇게 하면 당신은 자연스럽게 ‘할 일이 끝나면 퇴근하는 사원’으로 각인될 테니까요. 그 점이 문제가 된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문제입니다. 그땐 또 다시 고민해보도록 하죠!

★어떤 질문도 좋습니다. 생활 속에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면 bykim@kayamedia.com으로 질문을 보내주세요. 에디터 T가 정성껏 답변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