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슈트>가 진열된 영화 속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방.

퀸즐랜드 현대미술관에 붙은 마블 전시 포스터.

초창기에 제작된 아이언맨 더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보물 창고
시드니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지닌 브리즈번은 최근 호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다. 천혜의 자연 속에 수준 높은 문화를 꽃피운 이곳은 어떤 도시와도 차별되는 특별함으로 빛난다. 최근 발렌티노와 앤디 워홀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유치하면서 문화 도시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한편 사우스뱅크의 퀸즐랜드 현대미술관(QAllery of Modern Art, 이하 QAGOMA)은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브리즈번의 문화 예술을 이끌고 있다. 2017년 또 하나의 매력적인 전시가 이곳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바로 마블의 모든 것을 담은 전시 <마블: 크리에이팅 더 시네마틱 유니버스>다. 더욱 특별한 사실은 마블 스튜디오가 LA를 벗어난 첫 해외 순방으로 이곳 브리즈번을 택했다는 것. 사실 브리즈번은 알려진 것보다 더 문화와 친밀도가 높은 도시다. 이맘때 브리즈번 광장에서 열리는 도시 축제에서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고, 랜드마크인 사우스뱅크에는 대관람차 ‘더 휠 오브 브리즈번’을 중심으로 퀸즐랜드 퍼포밍 아트 센터, 뮤지엄 & 사이언스 센터, 도서관 등 대규모 문화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자연과 도시 그리고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가 마블의 히어로들에게 그 넓은 품을 내어준 것이다. 마블 마니아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설령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그리고 헐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번 전시는 나 같은 마블 초보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그 규모와 작품 구성이 압도적이다.
만화가 현대미술관에 입성했다는 것 자체도 흥미롭지만 만화 캐릭터가 가지는 파워는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하다. 8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마블이 탄생시킨 하나하나의 캐릭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전시는 <아이언맨(2008)>을 필두로 지난해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2016)> 등 14편의 영화와 함께 올해 7월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10월 개봉을 앞둔 <토르: 라그나로크>까지 마블의 영화가 창조한 500여 점에 이른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슈퍼히어로들의 진화와 함께 과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구성했는데, 여기에 첨단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새로운 차원의 전시를 보여준다. 특히 마블이 <어벤저스>라는 이름으로 펼쳐놓은 영웅들의 세계, 즉 히어로들을 서로 연결하거나 대결시킨 새롭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시를 통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만화가 아트가 되는 것, 캐릭터가 작품이 되는 것, 마블이기에 가능했다.

흑백 만화의 프린트 전시.  

마블 캐릭터들과의 특별한 교감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초기의 흑백 만화 컷들은 캐릭터의 생성 과정을 보여주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 캐릭터들은 만화 밖으로 나와 살아 움직이는 영화 속 인물이 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의 거대한 세트는 조각조각 분리되어 설치물이 되고, 소품과 의상은 미술품이 된다. 특히 이 전시의 장점은 관람자가 캐릭터와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의 움직임이 어떻게 촬영되는지, 그렇게 촬영된 분량에 어떻게 배경을 입혀 완성하는지를 3채널로 돌려가면서 볼 수 있음은 물론 아이언맨과 헐크 그리고 귀여운 그루트가 관람자의 움직임을 따라 하며 마치 스스로가 캐릭터가 되어 움직이는 즐거운 체험도 가능하다. 맘에 드는 영화 포스터를 고르면 등장하는 캐릭터와 함께 촬영할 수 있고, 이 포스터는 이메일을 통해 이미지를 전달받을 수도 있다. 이 밖에 캐릭터들의 관계도를 손쉽게 이해하도록 영상화해 보여주고, 배우처럼 움직이면서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아닌 쌍방으로 소통하는 전시를 구현한 것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상상력을 키우고, 어른은 아이처럼 추억에 젖어 흥겨워지는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또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영화 속 장면을 함께 볼 수 있는데, 이는 설치 작품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아이언맨>의 악역 미크 루크의 의상과 소품, 그리고 다양한 버전의 ‘아이언맨 슈트’가 나란히 진열된 영화 속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방, 토르의 엄청난 망치와 헐크가 잠드는 거대한 침대 등은 마치 영화 속을 거닐며 여행하는 기분에 빠지게 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 역시 전시장 입구에 전시된 초대형 헐크 버스터였다. 헐크를 상대하기 위해 아이언맨이 디자인한 헐크 버스터는 높이가 무려 3m다. 전시팀이 초대형 헐크 버스터를 전시장으로 이동해 설치한 것만으로도 대단해 보인다. 미술관 건물 벽 한 면의 유리창을 제거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거대한 몸집의 캐릭터가 뿜는 위용은 대단했는데, 스파이더맨 코스프레를 하고 그 옆을 지나던 관계자를 또 다른 마블 캐릭터인 엔트맨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토르 라그나로크(2017)>를 제작한 마블 스튜디오의 제작자 케빈 페이지(Kevin Feige)는 전시의 오픈닝 파티에 참여해 거대한 규모의 마블 전시를 이렇게 잘 구현해낼 수 있는 곳은 여기, 브리즈번 ‘QAGOMA’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캐릭터들은 생명력이 넘치고 전시를 보는 내내 시간 개념마저 잃을 만큼 재미와 놀라움이 가득했다. 실제로 도시 곳곳의 건물들과 어우러진 대형 마블 포스터는 마치 브리즈번 전체가 마블의 도시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저물녘 낭만적인 공간으로 변모하며 낮과 밤의 경계를 더욱 빛나게 하는 퀸즐랜드 현대미술관에서는 9월 3일까지로 예정된 전시 기간 동안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포함해 마블 시네 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도 상영한다.   www.queensland.com/@wowaustralia

1 헐크의 침대와 소품들.
2 컬러링 작업으로 한층 화려해진 2D 만화 컷.
3 행사에 참여한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4 살아 움직이는 듯한 헐크 모형.

1 캡틴 아메리카 군단.
2 디지털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
3 현장에서 판매되는 캐릭터 상품과 만화책들.
4 영화에 등장했던 캐릭터 의상. 

헐크를 상대하기 위해 아이언맨이 디자인한 거대한 몸집의 헐크 버스터는 높이가 무려 3m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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