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따뜻한 봄볕이 드는 긴 테이블에는 꽃과 요리가 그림처럼 세팅되어 있다.

파티를 준비하는 중에 작업실 밖에 둔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하는 안나리사와 홍성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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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안나리사 특유의 컬러 미학이 담긴 유리가 곳곳에 장식되어 있다. 색감의 조합이 돋보이는 중국식 해물탕. 요리가 담긴 웍은 홍성환이 직접 만든 것이다. 

봄을 초대한 테이블
안나리사&홍성환 부부
남양주 깊숙한 곳, 내방리라는 마을에는 하나의 풍경처럼 놓인 집이 하나 있다. 유리 공예가 홍성환과 안나리사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사는 집이자 작업실이다. 자연이 전해주는 감동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는다는 이들의 유리 작품은 공간 곳곳에 마치 꽃과 풀이 피어난 듯 우아하게 놓여 있다. 뿌연 안개를 연상시키는 색감의 유리 오너먼트가 주렁주렁 달린 곳 너머 주방에서는 파티 준비가 한창이다. 한쪽에서는 ‘Brazilian Cafe’가 BGM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홈파티를 준비하면서 이들의 파티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Welcoming Spring’을 콘셉트로 한 오늘의 테이블은 늘 그렇듯 플로리스트 이화진의 고상한 센터피스와 이은범의 기품 있는 도자기로 채워져 있다. 거기에 하루 전 밑간을 해둔 소고기를 살라미처럼 자른 요리, 중국식 해물탕, 크림소스와 연어가 하나둘 채워진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100년 된 빛바랜 티스푼도 오랜만에 빛을 보았다. 요리의 담음새나 커틀러리의 컬러까지 아주 작은 부분도 치밀하게 계산된 듯, 그러나 그 어느 것보다 내추럴한 테이블 세팅. 이들의 홈파티는 그렇게 자연에서 자연으로, 묵묵하게 흘러간다.

왼쪽부터 최정아, 박소연, 임윤희, 최정원, 문병경, 이승주.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데크에서는 파티 준비가 한창이다. 

게스트와 호스트의 손이 분주히 엇갈리는 티 테이블의 풍경.

 
(왼쪽부터)도쿄 스위츠에서 오늘의 파티를 위해 특별히 제작해준 케이크. 영국에서 산 빈티지 찻잔을 매치해 티타임의 정취를 더했다. 

오후의 티타임,
최정원&최정아 자매
비 소식이 있던 토요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찾아간 파넬 최정원 이사와 최정아 실장의 집에는 어쩐 일인지 햇살이 가득했다. 프렌치 낭만을 담뿍 담은 오후의 티파티에는 가까이 지내는 오뜨플뢰르 대표 이승주, 셉템버 스튜디오의 대표 문병경, 블로거 임윤희,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소연이 함께했다. 파넬의 가구와 소품으로 차린 테이블에 플로리스트 이승주가 꽃을 장식하고,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소연이 다과 준비와 스타일링을 하면 포토그래퍼 문병경이 사진을 찍는 식이다. 호스트인 최정원과 최정아는 뉴질랜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감성을 간직하며 늘 파티와 가까이 산다. 들꽃 하나만 있어도 파티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오늘은 특별히 프렌치 스타일의 가구에 내추럴한 영국의 빈티지 소품을 더해 다채로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완성했다. 심플한 것을 선호하는 최정원이 큰 그림을 그리면,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최정아가 디테일한 부분을 챙긴다. 그런 덕분인지 파티 콘셉트와 디테일은 나무랄 데 없이 합을 이룬다. 도쿄 스위츠에서 특별 제작해준 케이크를 중심으로 과일과 식기, 꽃의 컬러까지, 그동안 꿈꾸던 ‘오후의 티파티’의 풍경을 그날 보았다. 

소고기 케밥과 그린 커리, 양배추 김치, 닭구이로 채운 식탁.

요리를 하며 늘 얼굴에는 미소를 간직하는 이태성. 자신이 만든 요리에 스스로 가장 맛있다고 외치는 ‘셀프 리액션’은 그의 특기다.

 
손님으로 초대된 한남동의 꼬마 친구 배대웅.

 
(왼쪽부터)단지 요리 재료를 담았을 뿐인데 멋스러워 보이는 건 런던에서 산 나무 식기 덕분이다. 뜨거운 불판에 올라 구워지고 있는 소고기 케밥.

남자들의 바비큐 파티,
엉클폴 이태성
“항상 해오던 요리를 하는 건 별로예요.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하는 게 취미이자 특기죠.”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위치한 쿠킹 클래스 주인장 이태성은 스스로를 ‘셰프’라고 칭하지 않는다. 해외의 요리책을 보며 거침없이 흉내 내는 ‘요리책 뽀개기’는 그의 요리와 수업의 기본이다. 의도된 눈높이 교육이 아닌, 실제로도 서툰 그의 첫 시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늘 공감과 동정(?)을 산다. 엉클폴의 수업이 클래스와 홈파티의 경계 어디쯤에 있는 만큼, 그의 일상은 자연스레 홈파티로 채워진다. 오늘의 파티 콘셉트는 남자들의 바비큐 디너. 파티 메인 메뉴는 케밥과 그린 커리로 정했다. 근처에 산다는 이유로 초대된 손님은 ‘남자’라고 부르기엔 조금 민망한 여덟 살의 대웅이. 그런데 4년 전부터 종종 클래스를 들어왔다는 대웅이는 제법 능숙하게 칼질을 하고 믹서를 다루며 진짜 ‘남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냥 넣고 갈면 끝이야.” 어려울 것 하나 없다는 말투로 허허 웃는 이태성과 묵묵한 대웅이는 환상의 콤비가 되어 바비큐 디너를 뚝딱 차려냈다.

농담과 타박, 애정이 뒤섞이는 술상의 풍경.

 
 와인과 맥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건배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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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맥주 안주로 실패가 없는 바지락술찜, 치즈플레이트, 돼지고기와 새우 요리가 근사하게 차려졌다. 

왼쪽부터 최정환, 황재민, 황현진, 최윤희. 황재민과 최윤희는 4월 27일부터 성수동 무드랩에서 전시 형태로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한다.
 

아티스트가 섞이는 밤,
황현진과 친구들 
비닐하우스는 익선동의 ‘식물’을 디자인한 감각적인 건축가 황현진의 작업실이자 저녁에는 바로 변신하는 공간이다. 황현진의 친구들에게는 당연히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일주일에 하루, 비닐하우스가 문을 닫는 월요일 밤에 황현진이 사랑하는 친구들을 초대했다. 군대 동기로 만난 패션 디자이너 황재민, 현재 브랜드 ‘여도’를 준비 중인 남성복 디자이너 최정환, 론칭한 지 이제 갓 6개월이 된 구두 브랜드 HYOON의 대표 최윤희는 최근 가장 자주 어울리는 크루다. ‘궁극의 라면 물 양은 얼마인가’ 같은 시답지 않은 문제로 논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다양한 분야의 괴짜들이 모인 만큼 대화의 화제도 언제나 무궁무진하다. 그림이나 작업에 관한 진지한 고민을 함께하기도 하고, 엉뚱하고 재밌는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도 한다. 실제로 황재민과 최윤희가 지난 시즌 컬렉션 발표를 전시 형태로 연 것도 바로 이곳에서다. 건축가임과 동시에 한때는 드러머, 지금은 밴드의 프런트 맨으로 데뷔를 앞둔 황현진의 음악과 공간 디자인 감각, 그리고 디자이너 3인의 저마다 다른 패션 감각이 화학 작용을 일으켜 이들이 모이는 홈파티는 늘 맹렬히 뜨겁다.   

더네이버, 홈파티, 야외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