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딱 왔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볼보 XC90 T8 인스크립션에 들어간 바우어스 앤드 윌킨스 오디오는 시승행사를 통해 잠시 들었는데도 정말 좋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굳이 온몸이라고 표현한 건 소리의 질 때문이었다. 스피커가 혹사될 만큼 묵직하거나 높은 소리를 아주 크게 틀어놓아도 소리의 파장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작은 왜곡도 없었다. 해상력이 정말 일품이었다. 그래서 단점도 있었다. 음원의 질이 좋으면 소리가 황홀하지만 반대이면 그게 여과 없이 드러났다. 당연하겠지만 바우어스 앤드 윌킨스는 그 편차가 더 심했다.
아무튼 이 좋은 오디오로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주변에 추천도 부탁했다. 그렇게 세 대가의 음반이 모였다. 재즈 음악인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기 영화 <마일스>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과 말 그대로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의 재즈 가수 그레고리 포터의 <Take Me To The Alley>, 소울 가수 맥스웰의 <black SUMMER’S night>다.

영화 <마일스>는 일본 출장길에 기내에서 봤다. 그런데 영화보다 음악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보다 로버트 글래스퍼의 음악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여기 수록된 그의 창작곡은 총 네 곡인데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대가인 마일스 데이비스의 스타일을 훌륭하고 정교하게 쫓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건 느낌이고 정교한 건 스타일이다. 가장 좋았던 건 ‘Gone 2015’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곡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퓨전 재즈의 선율에 파로아 먼치가 맛깔나는 랩을 얹었다. 퓨전 재즈를 최초로 시도한 마일스 데이비스이기에 좀 더 의미 있게 들렸다.

그레고리 포터는 새로운 대가다. 듣는 순간 정말 그대로 빠져든다. 우리 나이로 불혹에 접어든 2010년에야 데뷔 앨범을 낸 그는 1집과 2집을 모두 그래미 어워드 후보작으로 올려놓더니 세 번째 앨범 <Liquid Spirit>으로 결국 제56회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상을 수상하고야 말았다. 올해 발표한 4집 앨범 <Take Me To The Alley>는 대표적인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에서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이다. XC90 T8에서 들은 음반 중 바우어스 앤드 윌킨스 오디오와 가장 궁합이 잘 맞았다. 특히 예테보리 콘서트홀의 풍부하고 따뜻한 음향효과를 재현하는 콘서트홀 모드로 들으면 정말 황홀하다. 1번 곡 ‘Holding On’이 시작되며 들리는 피아노와 스네어의 협연부터 가슴이 조여들기 시작한다. 여기에 포터의 목소리까지 가세하면 정말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맥스웰은 오랜만에 돌아온 대가다. 2009년 발표한 <BLACK summer's night> 이후 7년 만에 새 앨범 <black SUMMER'S night>를 발표했다. 대문자의 위치만 다른 1집과 2집의 제목은 그의 음악 인생 3부작 중 1부와 2부다. 완결작의 앨범명은 <black summer's NIGHT>가 될 거다. 앨범 전반부는 맥스웰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일렉트로닉 장르의 색채가 짙다. 그러다 네 번째 트랙이자 첫 번째 싱글커트 곡인 ‘Lake By The Ocean’ 이후 그만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하지만 맥스웰 특유의 현란한 리듬감과 코드 진행은 그 어디서도 숨겨지질 않는다. 그래서일까? 맥스웰의 앨범은 스튜디오 모드로 이퀄라이저만 약간 조정해서 듣는 게 가장 좋았다. 세세한 소리, 벼락같은 리듬 하나하나 놓치고 싶은 게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