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울진이다
경북 울진은 지난달 ‘밀레밀리아’ 특집 때 처음 가봤다. 7번 국도를 따라 오르내리며 스친 적은 있어도, 울진에서 숙박하면서 동네 어귀를 오간 건 그때가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울진은 위로 삼척, 동해, 강릉 등 영동을 대표하는 여행지들이 즐비하고 아래로는 대게로 유명한 영덕과 포항이라는 큰 도시가 있다. 고속도로가 없어 접근이 쉽지 않으니 나처럼 동해안을 찾은 관광객들이 스쳐 지나는 경우가 많은 곳이 울진이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곳이어서 그런지 울진은 물색부터 달랐다. 하늘빛이 그대로 투영된 바다는 정말 투명하고 파랗다.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그 속에 있는 바위의 형태를 보노라면 마치 바닷속에 돌산이 있는 것 같다. 공기도 깨끗해 모든 사물의 형태가 또렷하고 색이 명확하다. 그리고 조용하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파도도 한소끔 숨을 죽인 듯하고 바닷새들도 경박스럽게 울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잔잔하고 온유하다. 그저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바다다.

특히 후포항을 품고 있는 펜션에서 맞은 아침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히 빛났던(?) 아침이 아닐까 한다. 코발트빛 바다 너머에서 노란 불잉걸이 떠오르자 세상이 일순간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그 따뜻한 온기가 내 몸 구석구석까지 생기를 불어넣는 것 같았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후포항도 여느 포구와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햇살을 받은 맑고 깨끗한 바다는 수만 개의 빛으로 물들고, 그 위로 정박해 있는 배들이 넘실거리는 풍경은 수묵화에서 봄 직한 그림이다. 참고로 ‘후포(厚浦)’라는 이름은 ‘비단처럼 아름다운 포구’라는 뜻의 ‘휘라포(徽羅浦)’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그중에서 자연이 주는 치유를 목적으로 한 여행은 아니었어도 심신이 좋은 기운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었다. 경북 울진이 그런 곳이다. 잠시 스쳐 지났을 뿐인데도 울진은 내게 따뜻한 호의를 베풀었다. 그렇게 울진은 또 찾고 싶은 곳이 됐다. 늦은 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울진을 강력 추천한다. 글•이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