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ECKER by PLATFORM PLACE 고슴도치 탁상용 빗자루.
BENEFIT 족집게. SHU UEMURA 스크루 브러시.
BOBBI BROWN 아이브로 브러시.

지난달 눈썹의 명가 베네피트에서 아이브로 신제품 컬렉션을 소개했다. 눈썹 제품만 무려 아홉 가지다! 젤 크림형 아이브로, 하이라이트 펜슬, 투명 세팅 젤, 디파이닝 펜슬, 브로 하이라이터, 브로 펜슬, 컨디셔닝 프라이머, 브로 키트, 눈썹 마스카라. 한 번에 읊기에도 숨찬 구성. 행사장에서 설명을 들으며 하나하나 사용해봤더니, ‘무슨 눈썹 화장품이 아홉 개나 필요하겠어? 이 중 하나만 골라 쓰면 되겠지’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잘 그리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그간 눈썹 화장에 무심하고,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장에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베네피트 부사장 줄리 벨의 경쾌한 외침이 귓가를 맴돌았다. “눈썹 메이크업은 세대와 문화, 나이를 초월합니다. 어떤 메이크업보다 즉각적인 이미지 변화를 이끌죠. 마치 마법처럼요!” ‘세상에, 마법이라니.’(실제 베네피트의 신제품 컬렉션 패키지 디자인은 마법 봉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과장된 표현이지만, 깊이 공감했다. 눈썹 모양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고, 제 나이보다 열 살 이상 들어 보이기도, 어려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기에. 작년에 희수를 맞은 외할머니는 최근 반영구 눈썹 시술을 받으셨다. 메이크업에 이제 막 재미를 붙인 소녀부터 더는 치장하는 데 미련을 두지 않는 할머니까지. 눈썹을 가꾸는 일엔 나이가 없다. 남성 그루밍에도 눈썹 다듬기가 빠지지 않으니, 세대는 물론 성별까지 초월하는 셈. 지난날 나의 눈썹을 떠올려봤다. 눈썹을 다듬기 시작한 때는 중철지를 보던 중학생 무렵. 지금은 사라진 <키키> <에꼴> <신디더퍼키>의 ‘눈썹 다듬는 법’ ‘볼살 줄이는 운동법’ 같은 뷰티 칼럼을 보며 거울 앞을 떠나질 못했더랬다. 그 당시엔 눈썹의 앞부분만 남긴 짧은 눈썹이 유행했는데, 지금은 사라진 패션 브랜드 롤롤(Lollol)의 모델 앨리스의 눈썹이 딱 그랬다. 그렇게 ‘반 토막 눈썹’의 여중생을 지나 ‘갈매기 눈썹’ 여고생이 됐다. 2000년 초엔 드라마 <가을동화>의 송혜교나 <겨울연가>의 최지우처럼 머리 색보다 짙고 끝을 살짝 내린 눈썹이 유행이었다. 원래 나는 눈썹 산이 높은 편이라 살짝만 다듬어도 이런 모양이 완성됐다. 눈썹이 짙은 탓에 다른 친구들처럼 연필로 그리지 않아도 모양이 또렷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풀 메이크업을 시작한 후로는, 아이브로 케이크를 사용했고, 눈썹 모양도 점점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내게 ‘눈썹 혁명’이 필요했던 건 최근의 일이다. ‘일자 눈썹’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 이미 언급했지만, 원래 갈매기형인 내 눈썹을 일자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눈썹 앞머리를 억지로 올려 그리고, 눈썹 산을 깎아 내리는 우여곡절 끝에 일자 비슷한 눈썹을 만들었고, 요즘도 일자를 지향하며 살고 있다. 즐겨 사용하는 제품은 하드 포뮬러 펜슬. 가장 빠르고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때문인데, 이번 베네피트 신제품을 접하며, 앞으로 눈썹 제품을 세 가지 이상 사용하리라 마음먹었다.

약간 잦아들긴 했지만, 한국 여성 사이에서는 아직도 일자 눈썹이 대세다. “일자형 눈썹이 모든 얼굴형에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보통 둥근 얼굴형엔 각진 아치형 눈썹이, 각이 도드라진 얼굴형엔 부드럽고 둥근 눈썹이, 긴 얼굴형엔 일자 눈썹이 어울려요.” 바비 브라운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노용남의 조언이다. 일자 눈썹이 인상을 부드럽게 해주지만, 각자 얼굴형에 어울리는 눈썹 모양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거다. “눈썹을 잘 그리고 싶으면 눈썹을 그리기 전 유분 잡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화장이 오래 지속되고 브로 제품의 발색을 높일 수 있어요. 그리고 눈썹 고민에 따른 적당한 브로 제품 선택도 중요하죠. 숱이 없다면 브로 마스카라를, 모양이 흐리다면 펜슬을, 모가 두껍고 짙다면 젤 타입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가영은 아이브로 제품에만 의존하고, 정작 본인은 눈썹을 너무 대충 그리진 않았는지 돌아보라고 말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실장님, 어떻게 하면 눈썹을 잘 그릴 수 있어요?”인데, 그때마다 “집에서 연습을 많이 하세요”라고 말한다고. 연한 색부터 서서히, 눈썹을 한 올 한 올 심는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리다 보면 시간은 차츰 줄일 수 있다고. 한마디로 눈썹 그리는 일엔 요행이 없다는 것! 요즘엔 뷰티 유튜버의 ‘눈썹 잘 그리는 법’에 관한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몇 가지를 보면서 따라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관상을 다룬 만화 <꼴>에 따르면 눈썹은 인격을 나타낸다고 한다. 눈썹 결이 가지런하면 인격적으로 맑고, 눈썹이 토막이 났거나 산란하면 간교하다고. 또 눈썹이 희미하면 차갑고 정이 없다고 한다. 눈썹에 결함이 있으면 인격에 결함이 있고, 눈썹이 예쁘면 인격도 바르다는 것. 얼굴형 보완, 동안 효과, 이미지와 관상 교정까지. 이제 아무리 바빠도 외출 전 눈썹 화장만큼은 잊지 말아야겠다. 아니, 집에 있을 때도 눈썹은 좀 그리고 있어야 하나?